“제가 원래 승부욕이 센 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한화의 최고 스타는 단연 문동주(20). 지난해 최고 158km 광속구를 뿌리며 슈퍼 유망주의 자질을 보여준 문동주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상대로 첫 실전 등판에서 최고 156km를 스피드건에 찍었다.
2회까지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삼진 2개 포함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134홈런의 거포 디디 그레고리우스도 1회 문동주의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지금까지 상대해본 투수 중 손에 꼽을 만큼 까다로웠다. 엄청나게 좋은 투수”라는 그레고리우스의 문동주 칭찬도 나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동주에게 쏠렸지만 그 다음 나온 투수 남지민(22)도 호투했다. 2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1개씩 허용했지만 23개의 공으로 2이닝을 빠르게 정리했다. 경기를 지켜본 20년차 투수 정우람도 “우리 젊은 투수 둘이 150km 이상 때려버리니 네덜란드 타자들이 당황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남지민은 총 23구 중 16개를 직구로 던졌다. 정우람이 말한 150km 이상 공은 없었지만 최고 148km, 평균 145km로 문동주만큼 빠르진 않아도 힘이 있었다. 여기에 슬라이더 6개, 투심 패스트볼 1개를 더했다.
남지민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문동주와 주로 짝을 이루며 같이 연습과 실전 등판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첫 불펜 피칭에서도 문동주가 강속구를 펑펑 꽂자 “구속은 제가 막내”라고 말한 남지민은 지기 싫은 마음에 오버 페이스를 하기도 했다.
문동주에 신인 김서현까지 한화에는 155km 이상 던지는 강속구 영건들이 늘었다. 지난해 최고 구속 153km까지 측정된 남지민은 “제가 원래 승부욕이 센 편이라 가만히 못 보고 있는다. 약간 오버 페이스를 했다”고 인정하면서 “내 직구가 뒤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포수 형들도 차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고 말씀해주신다. 직구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문동주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남지민도 2020년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된 한화 핵심 영건이다. 입단 첫 해 팔꿈치 인대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로 1년간 재활을 거쳤고, 지난해 4월말부터 1군 선발 기회를 잡았다. 9월 중순 관리 차원에서 조금 일찍을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풀타임으로 선발을 노린다.
남지민은 “비시즌에 장민재 선배님과 강진에서 같이 훈련하며 루틴을 정립하는 방법과 변화구를 배울 수 있었다. 변화구로 그동안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그보다 손가락을 더 벌려서 잡는 포크볼을 연습해보니 괜찮았다. 투심도 연습하며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전부 다 시도해보고 있다. 직구 외 다른 공을 한 번씩 보여주면 타자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발로서 기복이 심했던 경험도 자양분으로 삼으려 한다. 남지민은 “경기 운영에 있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저 혼자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점수를 주더라도 빠른 템포로, 쓸데없는 볼넷을 가능한 줄이려 한다. 새로운 투수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동안 경쟁은 계속 해오던 것이다.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아프지 않고 선발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지난해 시즌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면서 올해 준비도 일찍 할 수 있었다. 몸을 잘 만든 덕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