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억 FA' 황재균 1인 독재 체제였던 KT 위즈 3루에 마침내 그의 뒤를 이을 유망주가 등장했다. 퓨처스 홈런왕에 이어 최근 국가대표 일일 알바로 나서 멀티히트를 친 강민성(24)이 그 주인공이다.
강민성은 KT 팬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경북고를 나와 2019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6라운드 51순위로 입단했지만 아직까지 1군 기록이 없기 때문. 퓨처스리그에서만 두 시즌을 소화한 그는 현역 입대해 52사단 저격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지난해 10월 말 전역했다. 이후 작년 마무리캠프에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이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1군 스프링캠프 초청장을 받았다.
투손에서 만난 강민성은 “선배님들과 같이 야구하는 게 어떻게 보면 처음이다. 캠프 출발 전까지만 해도 어려울 줄 알았는데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다. 특히 (황)재균 선배님이 정말 잘 챙겨주신다. 먼저 다가와서 많은 걸 알려주신다”라고 데뷔 첫 1군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번 캠프서 강민성을 황재균 후계자로 점찍으며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내야 뎁스가 늘 고민이었던 이 감독이 강민성이라는 재목을 발견한 뒤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강민성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다. 3루 수비를 중점으로 연습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강민성은 이와 더불어 투손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쌓았다. 김하성(샌디에이고)-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의 키스톤콤비의 늦은 합류로 내야수가 부족한 WBC 국가대표팀이 KT에 연습경기 내야수 파견을 요청했고, 강민성이 20일 국대 일일 알바로 나서 KIA 상대 3타수 2안타 1득점 활약 속 대표팀의 12-6 승리에 공헌했다.
강민성은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다. 내가 유명한 선배님들과 함께 경기를 뛰었다. 이정후 형에게 TV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점을 물었고, 최정 선배님에게도 궁금한 점을 질문했더니 자세히 잘 알려주셨다”라고 놀라워하며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국가대표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습 하나도 집중력이 있었고, 경기도 자기만의 것을 갖고 편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왜 국가대표가 국가대표인지 알게 됐다. 그날 호텔에서 일기도 썼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강민성은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성과 파워를 꼽았다. 2020년 12홈런으로 퓨처스 남부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그는 “기술 외적으로는 성실함을 내 장점으로 꼽고 싶다. 또 그라운드에서는 힘 있는 타격이 자신 있다”라며 “원래 홈런을 치는 타자는 아니었는데 프로에 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로 갑자기 파워가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2019년 프로 입단 후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루 유망주 평가에도 아직 1군 타석은 그에게 꿈같은 곳이다. 강민성은 “올해는 솔직히 1군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주전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1군에서 대타, 대수비부터 시작해 나중에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만일 올해 1군 데뷔가 성사된다면 첫 타석에서 후회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들어오겠다”라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강민성은 인터뷰를 통해 군 복무 시절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52사단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부대에 있을 때 사단장님이 내가 야구하는 걸 알고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일단 KT 구단에서 방망이, 공, 글러브를 부대로 보내주셨고, 부대는 내가 티배팅을 할 수 있도록 풋살장에 그물을 설치해 주셨다. 또 부대에 리틀야구를 했던 친구들이 날 위해 캐치볼 파트너가 돼줬다”라고 고마워했다.
1999년생인 강민성은 중학교 때 유급하며 2000년생인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경북고를 함께 다녔다. 그리고 20일 대표팀 일일 알바로 나서며 국대 절친과 모처럼 함께 경기를 뛰었다. 강민성은 “(원)태인이와는 워낙 친해서 연락을 자주 한다. KIA 연습경기 때 태인이가 던질 때 내가 수비를 했는데 태인이가 ‘몇 년 만에 같이 하는 거냐. 함께 파이팅하자’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친구와의 우정을 과시했다.
강민성의 올해 목표는 지금과 같은 기대와 주목이 캠프에 그치지 않고 1군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1군 데뷔를 꿈꾸는 그는 “1군에 최대한 많이 붙어 있어서 1군 선수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배우고 싶다”라며 “퓨처스리그는 경험하고 도전하는 곳이지만 1군은 기록으로 증명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기록을 내고 싶고, 군에 있을 때 KT가 우승했는데 내가 팀에 보탬이 돼서 그 순간을 함께 해보고 싶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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