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원래 소극적인 선수였어요.”
황대인(27)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KIA 스프링캠프의 분위기메이커다. 황대인의 한마디로 선수단 분위기가 바뀌는 건 캠프가 3주 가량 흐른 현재 이 곳의 일상이다. 김종국 감독은 “선수들 모두 (황)대인이가 말하면 다 수긍하고 좋아한다. 훈련, 경기 모두 대인이가 분위기를 이끈다. 힘들 때는 그런 선수가 꼭 필요하다”라고 황대인 효과에 흐뭇해했다.
그런데 황대인은 처음부터 분위기를 띄우는 선수는 아니었다. 23일(이하 한국시간) 투손에서 만난 황대인은 “원래 난 소극적인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항상 눈치를 보면서 야구를 하게 됐고, 어느 순간 내 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더라”라며 “그 때부터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이렇게 분위기메이커가 돼버렸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황대인은 자신의 MBTI 검사 결과가 ENFP라는 정보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또 내가 이렇게 해야 팀 분위기가 산다”라며 “내가 좋아서 이렇게 하는 거고, 팀 분위기가 좋아지면 모두가 좋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메이커로서의 책임감을 뽐냈다.
사령탑이 자신을 향해 무한 애정을 과시한 기사도 확인했다. 김 감독은 며칠 전 인터뷰에서 “황대인은 그런 캐릭터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더 좋아할 것 같다. 실수하더라도 귀여우면 봐주게 된다”라며 “솔직히 대인이가 귀엽고 예쁘지 않나. 밝은 분위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황대인은 “틀린 말이 없다. 진짜 그런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린 선수들도 조금이나마 눈치를 안 보고 경기를 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위, 아래 없이 다들 한 팀으로 대화를 많이 나눈다. 분위기도 엄청 좋다”라고 말했다.
황대인은 밝아진 성격과 함께 실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2015 KIA 2차 1라운드로 입단해 5년 넘게 인고의 시간을 보냈지만 2021년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친 데 이어 지난해 마침내 주전으로 도약, 129경기 타율 2할5푼6리 14홈런 91타점 장타율 .401로 1년 전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황대인은 2023시즌 또한 KIA의 주전 1루수가 유력하다.
황대인은 “지난해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풀타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작년을 통해 체력 관리법을 터득했고, 좋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 됐다. 경기를 많이 나가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도 만났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수비는 아쉬웠다. 우중간으로 멀리 뻗는 타구가 많이 없어서 홈런수도 적었다”라고 보완점도 꼽았다.
황대인은 다가오는 시즌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한 시즌 100타점에 재도전한다. 작년 91타점을 기록한 그는 “개인적으로 항상 타점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타점을 많이 올려야 팀 득점이 많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개인 기록도 좋아진다. 꿈의 100타점을 위해 노력해보겠다”라고 밝혔다.
KIA 팬들에게는 가을야구를 지난해보다 더 오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황대인은 “작년 포스트시즌이 1경기로 안 좋게 끝났는데 올해는 더 늦게까지, 또 마지막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들 모두 캠프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