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왜 굳이 여기서…” 눈+폭우+강풍 3종세트, 믿었던 애리조나의 배신 [오!쎈 투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2.23 14: 00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비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여겨졌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날씨가 연일 한국 야구대표팀을 배신하고 있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 WBC 야구대표팀과 KT 위즈의 연습경기가 거센 강풍으로 인해 취소됐다.
경기장이 위치한 투손 지역은 전날 폭우가 쏟아진 뒤 아침 최저기온이 섭씨 6도까지 떨어졌다. 두툼한 외투 없이 야외활동이 어려운 날씨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새벽부터 비를 동반한 강풍이 몰아쳤고, 오전에도 경기장 시설물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며 결국 개시 2시간 30분을 앞두고 경기 취소가 결정됐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 / backlight@osen.co.kr

미국 애리조나주는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2월 선선한 기후가 특징인 곳이다. 추운 한국과 달리 연평균 최고 기온이 섭씨 23도, 최저 기온이 11도로, 운동선수들이 몸을 만들기에 알맞은 장소로 여겨진다. 이에 한국 WBC 대표팀을 비롯해 키움, LG, KT, KIA, NC, 한화 등 복수 구단이 전지훈련 장소로 이 곳을 택했다. LG, 키움, 한화는 피닉스 지역, 대표팀, KT, KIA, NC는 이보다 남쪽인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투손의 날씨는 스프링캠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 일주일 전 강추위와 함께 눈이 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잠깐 애리조나다운 온화한 날씨를 보이다가 폭우가 내린 뒤 초겨울처럼 공기가 차가워졌다. 대표팀은 이날 고영표, 김광현이 2이닝을 맡아 컨디션을 조율하고, 양의지가 선발 포수로 7이닝 동안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지만 악천후로 인해 계획이 무산됐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들의 부상을 우려해 불펜피칭도 취소시켰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과 배영수, 정현욱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jpnews@osen.co.kr
피해를 보는 건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전날 기습적인 폭우로 KIA와 NC의 연습경기가 경기 개시 20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으며, 이날 예정된 두 팀의 연습경기 또한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강풍 탓에 취소됐다. NC는 24일 자체 청백전으로 연습경기를 대체하지만 25일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로 이동하는 KIA는 연습경기를 한 번밖에 치르지 못하고 애리조나를 떠나게 됐다. 같은 시간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와 네덜란드의 연습경기도 취소. 
스프링캠프 날씨는 선수들의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계획된 캠프 일정을 착실히 소화해야 144경기 대장정을 무탈하게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상 변수 또한 날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나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는 투손이 연일 대표팀과 프로 팀들을 배신하며 대회와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투손에서 캠프를 진행 중인 한 선수는 “날씨 좋은 날을 손꼽을 정도다. 이러면 왜 굳이 멀리까지 와서 캠프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전 실내훈련을 가볍게 진행하고 철수한 이강철호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KT와 연습경기를 진행한다. 25일에도 KT와 연습경기가 잡혀있었던 이강철호는 악천후 탓에 연이틀 평가전을 치르게 됐다. WBC 본선을 약 2주 앞둔 대표팀에게 날씨라는 또 다른 적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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