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강남이 스타일인데.”, “뭐, 그럼 갖다 버려라.”
LG 트윈스의 미국 스프링캠프 첫 날 훈련 때였다. 워밍업을 마치고 포지션별로 훈련이 시작될 즈음, 포수 허도환은 그라운드 한쪽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허도환은 웃으며 “주전님 오시길 기다리고 있다”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먼저 장비를 착용하고 포수 훈련 준비를 마친 허도환은 박동원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 박동원이 반짝반짝 빛나는 LG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이어 박경완 배터리 코치가 와서 훈련에 앞서 두 포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허도환이 박동원의 포수 장비를 보고서는 “어, 이거 강남이 스타일인데”라고 했다. 박동원의 포수 가슴 프레데터를 보고 롯데로 떠난 유강남이 작년에 착용했던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색상은 흰색+검정색에서 검정색+빨강색으로 바뀌었을 뿐 디자인과 스타일은 똑같았다. 특히 가슴 보호대 옆에 다이아몬드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이 지난해 유강남이 썼던 것과 판박이였다. 다이아몬드 무늬가 있는 부위는 컬러만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달랐다.
이 얘기를 들은 박경완 배터리 코치는 “뭐, 강남이 스타일이라고. 그럼 갖다 버려라. 새로 주문해라”고 웃으며 말했다. 새 장비를 착용한 박동원은 어리둥절한 표정. 이후 다음에는 가슴 보호대 쪽의 디자인을 약간 수정해서 주문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프 시즌에 LG는 주전 포수가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LG에서 뛴 유강남이 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80억원 계약으로 떠났고, LG는 유강남이 떠난 자리를 박동원(4년 65억원)을 영입해 대신했다.
박경완 배터리 코치도 올 시즌 앞두고 처음 LG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LG 투수들은 이제 박동원과 호흡을 맞춰야 하고, 박동원은 새로운 투수들의 구종과 구질 파악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유강남 지우기’를 빨리 해야 하는 박동원은 투수들의 불펜 피칭 때는 번갈아가며 공을 받으며 투수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유강남도, 박동원도 좋은 포수다. 각각의 장점이 있다. 유강남은 프레이밍이 좋고, 부상이 없는 건강한 몸으로 최근 5년 연속 950이닝 이상 출장했다. 박동원은 20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지녔고, 강한 어깨로 2루 송구가 리그 톱클래스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LG의 주장 오지환은 “(유강남, 박동원) 둘 다 좋은 계약이다. 사실 우리 팀은 동원이가 플러스다. 우리가 더 좋은 계약이고 우리가 100% 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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