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갑자기 찾아와서 물어보더라구요.”
FA 계약으로 한화에 온 채은성(33)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존재다. 지난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지만 2군에서 방출 위기를 딛고 1군에 올라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6년 최대 90억원으로 FA 대박까지 터뜨렸다.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은 한화는 LG 시절부터 성실함과 모범적인 자세를 인정받은 채은성에게 덕아웃 리더로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 한화의 어린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채은성의 방을 찾아 타격 조언을 구한 후배도 있다. 우투우타 외야수 이원석(24)이다. 채은성은 “원석이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여쭤볼 게 있다’며 방을 찾아왔다. 타격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대답해줬다”고 말했다.
이원석은 “채은성 선배님이 연습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경기 때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는지 궁금해서 방을 찾아갔다”며 “선배님 타격을 보면 (방망이가) 공에 맞는 면적이 많다. 어떻게 하면 인플레이 타구가 많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물어봤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언을 받고 훈련 방식을 약간 고쳐봤는데 좋아진 게 느껴진다. 연습할 때부터 밀어서 치는 쪽으로 하다 보니 맞는 면이 더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원석은 인플레이 타구 생산을 올 시즌 테마로 삼고 있다. 그는 “작년에 시범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친 것이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밀어서 홈런을 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다. 원래 직구에 자신 있었는데 스윙이 커지면서 직구 타이밍에 늦고, 변화구도 더 안 맞았다.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너무 멍청하게 생각없이 플레이했다”고 자책했다.
겨울에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명확하게 잡았다. 이원석은 “질롱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이병규 감독님이 먼저 내게 맞는 스타일로 밀고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생각도 같았다. 나의 장점인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다. 출루를 많이 해야 도루 기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8년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원석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2021년 9월 1군에서 데뷔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했다. 마른 체구(177cm, 70kg)에도 불구하고 밀어서 홈런을 칠 만큼 펀치력을 보여줬다. 팀 내 턱걸이 1위로 근력이 좋고, 장타에도 욕심을 냈지만 지난 시즌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지난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올해 상황은 썩 좋지 않다. 한화는 FA 대어 채은성을 영입한 뒤 최근 사인&트레이드로 베테랑 이명기까지 데려와 외야 자원을 대거 보강했다. 기존 외야수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전 자리는 물론 1군 백업 자리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여기서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2군이다.
채은성의 방문을 두드린 용기도 이런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이원석은 “은성 선배님과 나이 차이도 있고, 개인적인 인연도 없었지만 올해 꼭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서 찾아갔다”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겨내야 한다. 누가 와서 어떡하지 이런 생각보다 내가 해야 할 것을 잘하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비와 주루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방망이도 보완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