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팀이다. 더 큰 꿈을 그릴 수 있게, 새로운 시도에도 열려있는 팀이다.
올해 키움의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는 투타 겸업 선수가 2명이나 있다. 지난 2021년 1차 지명으로 들어온 3년차 장재영(21), 올해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입단한 신인 김건희(19)가 투수와 타자로 모두 훈련 중이다.
두 선수 모두 3일 훈련 턴에서 하루는 타자로 방망이를 들고, 나머지 이틀은 투수로 훈련을 받고 있다. 캠프 초반에는 야수로서 타격과 수비 훈련 비중이 높았지만 캠프가 3주째를 지나면서 불펜 피칭 포함 투수로서 시간이 늘었다.
시범경기까지 길게 보고 있지만 캠프의 절반이 지나면서 두 선수의 투타 겸업에 대한 방향성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두 가지 다 좇는 것보다 투타 겸업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조금 더 확실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원래 포지션인 투수로 일찌감치 가닥 잡혔다. 처음 구단에서 투타 겸업을 제안할 때부터 투수로 더 잘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장재영 스스로도 “이도류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부담은 없다. 투수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도 “150km 이상 던지는 장재영은 투수로서의 매력이 많다. 겨울에 호주 질롱 코리아에 가서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올 시즌이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입단 후 2년간 제구 난조로 기대에 못 미친 장재영은 지난겨울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투타 겸업을 하면서 고교 시절 루틴을 다시 시도했다. 좋을 때 기억을 되살리며 기분 전환을 했고, 타석에서 직접 투수 볼을 보며 접근법에도 변화를 줬다. 그 결과 투수로서 실전에서도 제구가 안정되며 효과를 봤다. 올해 5선발 후보로 스프링캠프에서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재영과 함께 투타 겸업 훈련 중인 신인 김건희는 처음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포수 겸 투수로 이름이 불렸던 김건희는 스스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시도해보고 싶다”고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캠프에서 투수, 1루수로 투타 모두 연습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홍 감독 마음은 한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홍 감독은 “김건희의 투타 재능을 모두 좋게 보고 있다”면서도 “타자 쪽으로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게 선수 성장과 적응에 있어 유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원주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엄지 부상을 당해 포수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타격까지 향상된 김건희는 거포 1루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재영과 김건희는 23일 솔트리버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란히 투타 모두 출격했다. 첫 번째 투수로 나선 장재영은 최고 152km, 평균 149km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12개) 중심으로 커브(7개), 슬라이더(1개)를 구사했다.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지만 존을 크게 벗어난 공이 없었다. 타자로는 볼넷 2개로 멀티 출루. 마지막 투수로 투입된 김건희는 17구 모두 직구만 던지면서 최고 144km, 평균 142km로 측정됐다. 원바운드로 땅에 꽂히는 공이 나오는 등 제구가 완전치 않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시범경기까지 장재영은 투구를 하면서 타석에 나오고, (외야) 수비도 병행할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인데 당장 오타니처럼 (완전한 투타 겸업으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선수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캠프 기간 투타 양쪽 모두 가능성과 희망을 보는 것이다. 너무 큰 관심과 기대는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홍 감독은 “김건희는 노선을 빨리 정해줘야 할 것 같다. 어린 선수라 욕심이 많은데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쫓아간다. 자질이 좋은 것은 확실한데 부상 위험도 있고, 실전에서 던지긴 했지만 업다운이 있다. 선수 본인과의 교감을 통해 노선을 빨리 정해주는 게 선수의 적응에 잇어서도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것 같다”며 타자 쪽으로 다시 한 번 무게를 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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