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134홈런을 기록한 ‘거포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33)가 한국의 특급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다.
한화 2년차 강속구 유망주 문동주(20)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톡에서 열린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최고 156km 강속구를 앞세워 2회까지 삼진 2개를 잡으며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그 출신 안드렐턴 시몬스, 그레고리우스, 블라디미르 발렌틴, 로저 버나디나 순으로 1~4번 타순을 내세웠다.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선수들이지만 메이저리그와 일본 및 한국에서 족적을 남긴 타자들이다.
하지만 문동주는 굴하지 않았다. 1회 발렌틴에게 내준 볼넷을 빼고 나머지 5타자를 아웃 처리했다. 특히 1회 그레고리우스와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2회 버나디나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던져 우익수 뜬공 유도했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문동주를 인정했다. 22일 한화와의 두 번째 연습경기를 마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난 KBO리그 KIA 출신 버나디나는 “문동주는 매우 좋은 구위를 가졌다.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도 좋았다. 계속 그렇게 던지면 엄청난 투수가 될 것이다. 미래 한화의 슈퍼스타가 될 재목이다”고 치켜세웠다.
한국에 좋은 추억이 많은 버나디나의 친절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는 문동주를 상대한 네덜란드 덕아웃 분위기도 전달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문동주를 상대한 느낌을 이야기했다. 특히 그레고리우스는 ‘저 친구는 내가 지금까지 상대해본 투수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까다로웠다. 엄청나게 좋은 투수’라고 말했다”는 것이 버나디나의 말이다.
지난 2012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그레고리우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11시즌 통산 1077경기 타율 2할5푼7리 999안타 134홈런 530타점 OPS .728을 기록한 거포 유격수. 특히 2016~2018년 양키스에서 3년 연속 20홈런 이상 터뜨렸고, 네덜란드 국적 선수 중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을 길고 중이다.
2019년에는 KBO리그가 낳은 최고의 투수 류현진(토론토)에게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그해 8월24일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은 양키스전에서 5회 그레고리우스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4⅓이닝 7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내내 유지했던 1점대(1.64) 평균자책점이 깨지며 2점대(2.00)로 올랐다. 시즌 최종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1위 타이틀을 따냈지만 1점대가 깨진 그날 그레고리우스에게 맞은 만루포는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그런 그레고리우스가 류현진의 ‘한화 후배’ 문동주 재능을 인정한 것이 새삼 흥미롭다.
한편 2021년부터 최근 2년간 하락세를 보인 그레고리우스는 지난해 8월 필라델피아에서 방출됐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한 채 WBC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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