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는가".
KIA타이거즈 슈퍼루키 윤영철(19)이 값진 데뷔전을 했다. 지난 20일 스프링캠프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WBC 대표팀과의 경기에 등판했다. 캠프들어 첫 실전이자 데뷔전이었다. 그것도 한국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했다. 성적을 떠나 엄청난 경험이자 발전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실전이라 구속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선발 김기훈(2실점)에 이어 3회 등판해 강백호와 김혜성에게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허용했다. 이정후와 상대해 잘맞은 타구를 내주었으나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4회는 최정과 김현수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희생플라이로 또 한 점을 허용했다.
투구성적은 2이닝 4피안타 2실점이었다. 딱 10타자를 상대했다. 대표팀 최정예 선수 모두를 상대했다. 아웃카운트 6개는 양의지, 박병호, 강백호, 오지환, 박건우를 잡은 것이었다. 이제 고교를 졸업한 19살 루키 투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주변에서도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는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고무적인 것은 볼넷이 없었다는 점이다. 부담감에 허둥대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이리빼고 저리빼는 도망가는 투구가 아니었다. 기라성 같은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공을 던지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4안타를 맞았는데도 모두들 "잘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였다.
사실 대표팀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경우는 흔치 않다. 김종국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의 배려였다.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하면 느끼는 것이 많다. 팀 선배이자 대투수 양현종도 루키 시절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마침 대표팀과 훈련시설을 함께 이용하면서 얻은 기회였다. 그 경험을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은 윤영철의 몫이다.
윤영철은 5선발 후보이다. 임기영 김기훈과 경쟁 중이다. 불펜요원으로 활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의리와 김기훈과 같은 상대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 스타일이 아니다. 변화구와 제구를 앞세운 투구를 한다. 디셉션 동작이 좋아 타자들이 치기 까다롭다. 김 감독은 전형적인 선발형 투수로 평가하고 있다.
시범경기까지 한 달 동안 실전 점검을 통해 5선발 가능성을 점검받는다. 김 감독이 워낙 좋은 평가를 하고 있어 5선발 경쟁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반대로 선발진입에 실패한다면 퓨처스 팀에서 선발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윤영철이 의미있는 프로 여정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