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트레이드로 한화를 떠났다 FA 계약으로 금의환향한 이태양(33)은 새 시즌 투수 조장을 맡았다. 한화로 돌아올 때부터 손혁 단장으로부터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주문받았고, 주장 정우람도 “네가 하는 게 맞다”고 흔쾌히 결정하면서 투수 조장이 됐다.
3년 사이 한화 선수단은 확 젊어졌고, 이태양도 이제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위치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태양은 선수들에게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캠프 초반에는 “5분 일찍 야구장에 나오자”는 메시지도 전했다. 늦게 나온 선수가 있어 그런 건 아니다. 정해진 훈련 시간에 맞추지 않고 5분 먼저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 생활화하자는 의미에서 먼저 목소리를 냈다.
이태양은 “5분 일찍 나오라는 의미는 다른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야구가 직업이다. 야구로 돈을 벌어 먹고 산다. 생계다. 야구장에 나와서 하는 모든 일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있어 30분씩만 미리 움직여도 하루가 달라진다고 하더라. ‘아 오늘도 운동하네’ 이런 마음으로 야구장에 나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다”며 기본적인 생활, 직업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태양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3년 만에 해외 캠프에 왔는데 그때랑 지금의 나도 마음가짐이 180도 달라졌다. 한화에서 나를 좋은 계약에 다시 데려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고참으로서 역할에)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 개인적인 것보다 팀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보직도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과 구원 양쪽 다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태양은 SSG에서도 지난 2년간 팀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자리에 들어갔다 빠지곤 했다. 그는 “지금까지 보직에 연연해서 야구하진 않았다. 보직 문제로 목소리를 내면서 팀 케미스트리를 깨뜨려선 안 된다. 선수는 그 팀의 구성원이고, 코칭스태프에서 원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는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돈 받고 야구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면 개인 스포츠를 해야지, 팀 스포츠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SSG에서 보낸 2년 반의 ‘유학’ 시간을 통해 이태양은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야구적으로도 디테일이 발전했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21년 갑자기 선발을 나갔다. 선발로 준비한 상황이 아니라 (이닝을 많이 던지기 위해) 스트라이크만 던지려 했는데 가운데 던지면 타자들이 전부 쳤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나이도 서른이 넘어간 시점이라 뭔가 변화를 주지 않고선 프로야구 선수를 오래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연습했다. 불펜 피칭을 할 때도 바깥쪽을 던질 때 포수들에게 반 발씩 빠져 앉아 달라고 미리 이야기한다. 맹목적으로 바깥쪽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정확한 공을 던지기 위한 노력이다”는 게 이태양의 설명이다.
SSG에서 불분명한 보직 속에서 생존 비법을 찾은 이태양은 통합 우승까지 경험하고 3년 연속 꼴찌로 암흑기를 보낸 한화에 돌아왔다. 멀리서 바라본 친정팀의 부진이 늘 안타까웠다. 그는 “3년간 한화가 좋지 않았다. 탈꼴찌, 탈꼴찌 하는데 그거 하려고 야구하는 건 아니다. 그 이상을 욕심 내면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그런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아질 것이다. 물론 선수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그런 건 마음속에 품어놓겠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야구해야 하는 시기”라며 한화 반등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