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길어야 2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국에 온 지 5년째가 된 키움의 장수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34). 지난 2019년 키움과 계약하며 한국 땅을 밟을 때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지난 2014년 시카고 컵스에서 4경기가 전부였고, 구속도 빠르지 않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당시 총액 50만 달러로 외국인 선수 중 몸값이 가장 적기도 했다.
하지만 첫 해부터 키움의 주축 선발로 자리잡은 요키시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4년간 통산 118경기에서 707⅔이닝을 던지며 51승33패 평균자책점 2.71 탈삼진 541개. 이 기간 KBO리그 전체 이닝 2위, 다승·탈삼진 3위, 400이닝 이상 투수 21명 중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올랐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4km로 특출나지 않지만 주무기 투심으로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하다. 안정된 커맨드와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활용한 완급 조절도 뛰어나다. 최근 4년간 400이닝 이상 투수 중 유일하게 9이닝당 볼넷(1.82개)이 2개를 넘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꾸준한 투수가 요키시다.
올해 총액 150만 달러에 키움과 재계약한 요키시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5년차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한국에서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처음 올 때만 해도 길어야 2년 정도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오래 있기 쉽지 않은데 감사한 일이다. 기회를 준 키움 구단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요키시가 메이저리그에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실제 미국 언론에선 마이애미 말린스, LA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요키시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루머가 나온 NC 출신 드류 루친스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1+1년 최대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요키시는 루친스키의 메이저리그 계약이 이뤄지기 전인 12월 중순 일찌감치 키움과 재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내가 메이저리그에 간다는 이야기는 전부 다 루머였다. 실제 오퍼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다시 키움에 돌아와 기쁘다”고 했다. 시간을 끌지 않고 재계약한 것에서 키움에 대한 요키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
요키시는 “지난해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SSG에 아깝게 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좋은 교훈이 된 시리즈였고, 그 아쉬움을 발판 삼아 올해는 정규시즌부터 1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3위로 밑에서부터 올라갔고, 마지막에 투수들이 다들 지쳤다”고 떠올렸다. 요키시는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로 1⅓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이틀 쉬고 나선 3차전 선발로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다시 3일 쉬고 맞이한 6차전에 6회부터 구원등판, 3이닝 2실점 역투를 했으나 김성현에게 결승 2타점 2루타를 허용해 마지막 경기에서 패전 멍에를 썼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캠프 시작과 함께 리프레시했다는 요키시는 “올해 우리 팀 방향성은 확실하다. 우승을 위해 투타에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올해가 우리 팀으로선 우승에 도전할 적기다. 거기에 내가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요키시는 2019년과 지난해 두 번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만족했다. 올해 3번째 도전에선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국에서 롱런 중인 비결에 대해서도 요키시는 “꾸준함이다. 나뿐만 아니라 켈리,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등 한국에서 오래 하는 선수들을 보면 각자 알아서 첫 경기에 맞춰 몸을 잘 만들고 준비한다. 그런 부분을 현장에서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얼마나 더 오래 야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온 것도 1년, 1년 하면서 온 것이다. 외국인 선수는 매년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올해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