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적의 주권(28·KT 위즈)이 중국 WBC 야구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2020시즌 KBO리그 홀드왕 출신 주권은 지난달 초 KT 이강철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중국 WBC 대표팀 합류를 허락 받았다. 주권은 지난 2017년 제4회 대회에 이어 또 다시 오성홍기를 달고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 동포로,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7년 귀화했다. 이후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를 거쳐 2015 KT 우선지명으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WBC의 경우 참가 선수가 부모 또는 조부모의 국적으로 출전국을 결정할 수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주권이 중국 대표로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주권이 처음 중국야구협회의 대표팀 합류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 처음에는 이를 고사했지만 이후 중국야구협회 회장이 직접 연락을 취해 합류를 설득하며 마음을 바꿨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주권은 “처음에는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정말 출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2경기만 던져달라고 했다”라며 “난 지금 WBC가 아닌 정규시즌에 맞춰서 몸을 만들고 있다. 협회 측에도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다. WBC를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시범경기라고 생각하고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권이 합류를 망설인 이유는 그의 국적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제도 상 중국 대표팀 출전은 문제가 없지만 2017년 대회 때 오성홍기를 새긴 그를 바라보는 일부 국내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당시 악플과 함께 마음고생이 심했던 터. 선수 본인도 한국이 아닌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선다는 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주권은 이에 중국대표팀 합류 조건으로 한국전 등판 불가 조항을 넣었다. 주권은 “중국협회 측에서 처음에 원하는 등판 횟수와 보직을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많으면 2경기까지 등판하고, 선발투수를 안 한지 4년 정도 됐으니 중간, 마무리 중 하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전에 등판하지 않는 걸로 해서 최종 합류가 결정됐다. 내가 직접 한국전에 던지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중국은 한국과 WBC 1라운드 B조에 함께 속해 있다.
주권은 이어 “고심 끝 출전을 결정한 건 가장 큰 국제대회에 나가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중국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중국 쪽에서 날 필요로 해서 연락을 주셨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다시 연락이 와서 어렵게 출전을 결정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주권은 WBC를 발판 삼아 다가오는 새 시즌 홀드왕의 면모를 되찾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주권은 KT의 특급 필승조로 활약하며 2020시즌 31홀드, 2021시즌 27홀드를 차례로 달성했지만 지난 시즌 필승조 경쟁에서 밀려 15홀드를 쌓는 데 그쳤다. 아울러 주권은 2023시즌을 부상 없이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주권은 “올해는 다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며 “예비 FA 시즌이 기대되고 설렌다. 뒷문에 경쟁자가 많아졌지만 언제나 그랬듯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불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주권은 현지시간으로 28일 저녁 비행기를 통해 중국 대표팀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로 향한다. 직항편이 없어 투손-로스앤젤레스-인천-도쿄를 거쳐 중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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