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정우영(LG)이 대회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리고 있는 대표팀의 연습경기 2경기에 모두 등판한 정우영은 미끄러운 공이 빠지면서 2경기 연속 사구를 허용했다. 아직은 괜찮다. 연습경기가 여러 차례 예정돼 있고, 대회까지는 시간이 있다.
# 17일 대표팀과 NC의 연습경기. 5회 등판한 정우영은 선두타자 윤형준을 3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좌타자 김주원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는데, 유격수 송구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서호철에게 좌선상 2루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고, 오장한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안중열 상대로 공이 빠지면서 헤드샷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이후 안중열은 NC 구단 유튜브에서 공개된 인터뷰에서 “"괜찮다. (다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웃으며 말했다.
1사 만루에서 좌타자 한석혁을 1루수 땅볼로 2아웃을 잡으면서 3루 주자가 득점했다. 김성욱을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2피안타 1사구 2실점(비자책).
# 20일 대표팀과 KIA의 연습경기. 정우영은 9회 등판해 첫 타자 김규성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김도영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김호령과 승부에서 2구째 폭투로 1루 주자가 2루로 진루했다. 이어 3구째 공이 빠지면서 김호령의 몸에 맞혔다.
무사 1,2루에서 주무기 투심을 활용해 이창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 병살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9구 중 스트라이크가 9개, 볼이 10개였다.
정우영은 연습경기 2경기에서 2이닝을 던지며 사구 2개와 폭투 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58이닝을 던지면서 사구는 6개였다. 지난 12월부터 대회 공인구(롤링스)를 만지며 적응하고 있으나, 실전 경기에서 아직 제구가 완벽하진 않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이기도 한 롤링스 공은 표면이 KBO리그 공인구보다 미끄럽고 실밥의 돌기가 넓고 밋밋한 편이라고 한다. 대표팀은 경기 전에 메이저리그처럼 공인구에 진흙을 살짝 바르는 작업을 하고서 사용한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김광현(SSG)은 “직구가 약간 컷패스트볼처럼 휘어서 들어간다”는 얘기도 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투수는 공에 가장 민감한 포지션이다. 투수들의 공인구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변명으로 치부할 순 없다”고 걱정했다.
정우영은 불펜의 핵심 전력이다. 활용도가 높은 사이드암 투수이고, 지난해 투심 최고 구속은 157km를 기록했다. 볼끝이 변화무쌍한 투심으로 궁극의 땅볼 유도 투수다. 지난해 땅볼/뜬공 비율이 무려 4.55로 압도적인 1위(50이닝 이상 투구 기준)였다. 2위가 고영표(KT)로 1.86이었다.
정우영은 연습경기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정우영은 일본전을 겨냥해 “우타자들이 많더라. 일본 타자 상대로 땅볼(유도)은 자신있다”고 언급했다. 공이 빠지는 문제만 없다면 걱정없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