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유럽의 야구 강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7위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최근 두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두 번 모두 한국을 꺾어 ‘참사’를 안긴 팀이다.
이번 WBC A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예선 통과시 B조의 한국과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가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 조나단 스쿱(디트로이트) 둘밖에 없고, 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메이저리그와 아시아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야수들이 많다.
메이저리그 통산 1077경기 134홈런을 때린 거포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 골드글러브 5회 수상자로 수비력이 탁월한 안드렐턴 시몬스, 201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60홈런 포함 일본에서 통산 301홈런을 기록한 블라디미르 발렌틴, 2017년 KBO리그 KIA 우승 멤버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로저 버나디나 등이 주축 멤버로 대표팀을 이루고 있다.
이런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화가 스프링캠프 첫 실전 경기에서 이겼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톡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한화는 4-1로 네덜란드를 꺾었다. 네덜란드는 1~4번 시몬스, 그레고리우스, 발텐틴, 버나디나 순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지만 한화 투수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몬스는 2타수 1안타, 그레고리우스는 2타수 무안타 1삼진, 발렌틴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 버나디나는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한화는 선발 문동주(1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남지민(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한승주(1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 김재영(1⅓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윤대경(1이닝 무실점), 윤산흠(1이닝 무실점)까지 투수 6명이 산발 4안타 1실점으로 네덜란드 타선을 봉쇄했다.
특히 선발 후보 문동주와 남지민이 연이어 강속구로 네덜란드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문동주는 최고 156km, 평균 152km 직구로 안타 없이 삼진 2개를 잡았다. 1회 그레고리우스가 문동주의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남지민도 최고 148km, 평균 145km 힘 있는 직구로 네덜란드 손쉽게 범타로 요리했다. 4회 무사 1루에서 그레고리우스와 발렌틴을 연이어 3루 내야 뜬공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올해 한화 주장을 맡은 20년차 투수 정우람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날 비경기조로 백네트에서 경기를 본 정우람은 경기 중반 “메이저리그 출신들도 있고 네덜란드 타선이 괜찮다. 그런데 우리 젊은 투수 둘이서 150km 이상 공을 때려버리니 네덜란드 타자들이 조금 당황한 것 같다”며 웃었다.
투수들의 호투와 안정된 수비, 2회 3득점에 이어 5회 추가 1득점으로 필요할 때 득점을 낸 타선의 응집력도 돋보였다.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경기력이었다. 정우람은 “캠프 첫 경기인데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잘해줬다. 승패를 떠나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잘 유지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고 이야기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굿 게임”이라며 “승리한 것도 기쁘지만 오늘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의 수비가 정말 좋았다. 불필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일이 없었다. 깔끔한 경기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배웠을 것이다”며 “연습경기이지만 승리를 통해 선수들이 얻은 게 있을 것이다. 그 점을 기억하고 시즌을 치러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한화는 21일 휴식을 가진 뒤 22~23일 네덜란드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계속 이어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