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아직까지 규정 이닝을 달성해본 적 없는 구창모(26)에게 양현종(35)이라는 특급 멘토가 생겼다. 양현종은 8년 연속 170이닝을 달성한 KBO리그의 대표 이닝이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야구대표팀의 큰 강점이자 특징은 이상적인 신구 조화다. 특히 마운드의 경우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고영표, 김원중 등 소수의 베테랑들이 고우석, 소형준, 원태인, 박세웅, 곽빈, 정철원, 정우영, 김윤식, 이의리, 구창모 등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대표팀은 후배가 먼저 선배를 찾아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선배를 무섭고 어려운 존재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나이와 관계없이 후배가 선배에게 먼저 다가가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김광현, 양현종과 같은 경험이 풍부한 대투수는 영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양현종은 “같은 팀인 이의리를 비롯해 소형준, 구창모, 김윤식 등 어린 선수들이 많이 다가와서 물어본다. 어린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고,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알려주려고 한다. 그 친구들이 잘해야 한국야구의 미래가 밝다”라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후배의 질문을 묻자 같은 좌완투수인 구창모를 언급했다. 양현종은 “(구)창모와는 시즌 때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이번 대표팀에서 날 만나면 항상 이닝에 대해 물어본다. 본인은 규정이닝을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던져야 이닝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한다”라며 “소형준, 김윤식 또한 이닝과 함께 몸 관리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라고 후배들을 기특해했다.
차기 국대 에이스로 꼽히는 구창모는 2015 신인드래프트서 NC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해 다이노스의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부상과 수술로 아직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반면 양현종은 이닝과 관련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년 연속 170이닝을 달성했고, 2007년 프로 데뷔 후 통산 2161⅓이닝을 소화했다. 구창모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멘토가 없다.
양현종은 이번 대표팀에서 어릴 때부터 광주 지역에서 함께 야구한 후배들과도 재회했다. 광주동성중 3년 후배인 고영표와 광주동성고 5년 후배 김원중이 그들이다. 두 선수 또한 양현종이라는 든든한 멘토가 있기에 이번 대표팀 생활이 즐겁고 알차다.
양현종은 “고영표, 김원중이 처음 왔을 때 ‘드디어 (양)현종이 형과 야구하는 날이 오는구나’라고 이야기하더라”라며 “과거 정말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같이 유니폼을 입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낀다. 두 선수가 운동하는 걸 보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라고 후배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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