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과 투수코치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손혁 한화 단장의 지론 중 하나는 ‘신인은 믿지 않는다’이다. 손혁 단장은 “신인을 1군 전력으로 포함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팀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선수에게도 부담을 주거나 의욕이 앞서게 할 수 있으니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 단장은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였던 지난해 ‘신인’ 투수 문동주도 믿지 않았다. 손 단장은 “지금이야 동주가 정말 좋아졌지만 처음에는 직구가 약간 풀려서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올해 신인 (김)서현이도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 (1군 즉시 전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인들에게 깐깐한 손 단장이지만 이 선수에겐 좀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 올해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문현빈(19)을 바라보는 손 단장의 믿음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손 단장은 “훈련에 임하는 자세나 눈빛을 보면 ‘저 선수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간절해 보인다.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며 “라이브 배팅에서 보여준 타격도 정말 좋았다. 처음 상대한 프로 투수들의 공에 대처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적응력이 뛰어나다. 신인 칭찬을 잘 안 하는데 볼수록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174cm, 82kg으로 작지만 단단한 체구를 갖춘 문현빈은 짙은 눈썹과 총명한 눈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릴 때부터 충청 지역에서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물건’으로 평가됐다. “야구밖에 모른다. 야구 아니면 죽을 선수”라는 이상군 북일고 감독 표현대로 악바리 근성을 갖췄다. 지난해 청소년대표팀 주장으로 리더십을 보이는 등 워크에식도 높이 평가된다.
선배들도 문현빈을 인정하고 있다. 문현빈의 타격 연습 때 “타구가 제일 좋다. 감이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잘 친다”고 극찬했던 골든글러브 2루수 정은원도 “현빈이는 실력적인 부분도 좋지만 신인답지 않은 패기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다. 내가 선배이지만 현빈이를 보고 한 번 더 배우고 느끼게 하는 마인드가 큰 장점이다”며 치켜세웠다.
한화 신인 야수 중 유일하게 미국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문현빈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의 첫 연습경기에 교체 멤버로 첫선을 보였다. 6회 2루수로 들어간 뒤 7회 타석에서 3루수 실책으로 나간 뒤 2~3루 도루를 연이어 성공하며 주력을 보여줬다. 2루 수비에서도 3개의 땅볼 타구를 안정적으로 아웃 처리했다.
지난해 11월 대전 마무리캠프 때부터 문현빈을 눈여겨봤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기대감도 훨씬 커졌다. 문현빈에 대해 “굿 플레이어”라고 반복하며 19살 베테랑이라는 표현을 쓴 수베로 감독은 “주 포지션은 2루이지만 유격수도 연습하고 있다. 어제(19일)는 중견수 자리에서 송구 연습을 하기도 했다”며 여러 포지션에서 문현빈을 테스트하며 1군에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손 단장은 “현빈이가 유격수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긴 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으로 70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하주석이 빠진 한화는 FA 오선진을 영입했지만 유격수 자리가 불완전한 요소로 평가된다. 팀 미래 구성을 봤을 때 문현빈이 유격수로 들어가면 내야 세팅이 완벽하게 이뤄진다. 다만 수비 부담이 워낙 큰 포지션이라 당장 문현빈에게 풀타임 유격수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수비가 좋은 오선진, 박정현과 부담을 나눠 갖고 충분한 시간 아래 육성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