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2년차 파이어볼러 문동주(20)가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압도하며 시즌 첫 실전 등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동주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톡에서 치러진 네덜란드 WBC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2회까지 볼넷 1개를 허용했을 뿐 삼진 2개 포함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에 따른 이닝 교대로 1회 투아웃만 잡고 끝나면서 실질적으론 1⅔이닝 투구였지만 강력한 구위로 네덜란드 타자들을 압도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3년, 2017년 WBC에서 두 번이나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모두 5-0 승리를 거둔 유럽의 야구 강국이다. 최근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로 저력을 발휘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잔뼈 굵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A조에서 1~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B조의 한국과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 조나단 스쿱(디트로이트) 등 현역 빅리거들은 이날 경기에 빠졌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1226경기 70홈런의 안드렐턴 시몬스, 통산 1077경기 134홈런의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1~2번 테이블세터에 자리했다.
3~4번에는 한일 야구에서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블라디미르 발렌틴과 로저 버나디나가 포진했다. 발렌틴은 지난 2013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60홈런으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고, 버나디나는 2017년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 멤버로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외야수로 잔뼈가 굵다.
이런 베테랑 타자들을 상대로 20살 문동주가 위력을 떨쳤다. 1회 첫 타자 시몬스를 2루 땅볼 처리한 뒤 그레고리우스를 10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그레고리우스는 문동주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계속 파울을 냈고, 몸쪽 꽉 차는 스트라이크에 움찔하기도 했다.
발렌틴에게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투구수 23개로 1회를 마쳤지만 2회에는 공 10개로 삼자범퇴했다. 버나디나를 상대로 2구 만에 체인지업을 던져 우익수 뜬공 아웃 유도했다. 이어 마이너리그 소속인 레이 패트릭 디더(마이애미)를 루킹 삼진, 조쉬 필라시오스(피츠버그)를 2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문동주의 총 투구수는 33개로 스트라이크 22개, 볼 11개. 직구 구속은 최고 156km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152km로 힘이 넘쳤다. 2월 중순, 첫 실전 투구부터 지난해 최고 구속(158km)에 버금 가는 공을 던졌다. 직구(22개) 외에도 커브(6개), 슬라이더(3개), 체인지업(2개)을 섞어 던지며 변화구도 테스트했다.
경기 후 문동주는 “네덜란드에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솔직히 얼굴까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어차피 타자 얼굴을 보고 던지진 않는다”며 웃은 뒤 2년간 KIA에서 뛰어 익숙한 얼굴인 버나디나와 승부에 대해 “오늘 체인지업을 2개 던졌다. (1회 던진) 첫 체인지업은 땅바닥에 꽂혔는데 버나디나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잘 들어갔다. 낮은 존으로 간 공이 컨택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 앞에서 맞아 버나디나를 뜬공으로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지난해 5월 1군 콜업 후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기 시작했고, 9월말 선발로 나서 실전 경기에서도 이를 선보였다. 체인지업의 대가 정우람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다음 실전 무대에서 바로 써먹어 대선배를 놀라게 했다. 시즌 후 교육리그, 마무리캠프 때도 체인지업 연마에 집중한 문동주는 이날 버나디나에게 체인지업으로 아웃을 잡아내 빠른 습득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문동주는 변화구보다 직구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첫 경기라서 변화구를 많이 던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직구가 좋아야 나머지 구종도 되기 때문에 오늘은 직구 중심으로 힘 있게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좋지 않았다. 항상 1회 초반에 안 좋은데 계속 그럴 순 없다”며 다음에는 1회 시작부터 완벽한 모습을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