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5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주전 포수가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믿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리면 안된다. 포수진의 전체적인 강화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까지 준비해야 한다. 롯데는 ‘80억 주전 포수’ 유강남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 육성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롯데의 괌 1차 스프링캠프는 전체적으로 혹독했다. 포지션과 파트 불문하고 전체적인 강도가 높았다. 포수 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4년 만의 국내 배터리 코치로 선임된 최경철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 아래 오전부터 오후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4년 80억 원에 영입한 유강남 역시 최 코치의 훈련량에 맞춰서 얼리워크, 엑스트라 훈련 모두 빠지지 않았다. 한 달만에 신망이 두터워진 이유다.
여기에 지시완과 이정훈, 강태율까지 모두 최경철 코치의 지도 아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실전 모드로 진행될 오키나와 2차 캠프를 앞두고 강태율이 컷오프 됐지만 지시완과 이정훈은 이제 유강남의 든든한 백업 포수로 자리잡기 위한 테스트에 돌입한다.
롯데는 유강남 영입 이전에 트레이드, 외국인 코치 활용 등으로 포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내 코치로 회귀했고 훈련량도 많아졌다. 소통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그러나 최경철 코치는 전임 외국인 코치들이 지도한 방법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분들이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잘못 캐치한 것일 수도 있고 소통이 잘 안됐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다만 변화의 과정 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이 얘기를 하더라. 이렇게 미팅을 많이 하고 이렇게 포수 훈련을 힘들게 해본 적이 없다더라. 처음에는 선수들도 의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변화의 핵심은 무게 중심이었다. 그는 "지금은 기본 포구, 프레이밍, 블로킹, 송구 모두 무게 중심이 뒤에 있던 것을 앞쪽으로 옮겨서 안정적으로 바꿔가려고 하고 있다. 무게 중심이 쥐에 있으면 송구력, 블로킹, 순발력도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강남은 고민했던 송구 문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쳐나가고 있는 과정. 관건은 백업진이다. 롯데는 유강남의 프레이밍 능력에 더해 매년 95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함에 매료됐다. 이전처럼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FA 이적 선수들의 첫 시즌, 거액 계약에 대한 부담으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했던 선수라도 남모를 부담감에 무리하면 부상을 당한다. 유강남에게도 그런 상황이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무리 튼튼한 주전 포수라고 하더라도 백업진 준비는 착실하게 해야 한다.공격에서 강점이 있지만 수비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한 지시완은 지난해 문제됐던 송구 불안, 즉스 현상을 극복했다. 마무리캠프부터 노력한 결과다. 최경철 코치는 지시완에 대해 자신있는 말투로 취재진에게 "보셨겠지만 지금은 송구 문제가 전혀 없다. 정말 많이 좋아졌다. 부담 없이 던지고 있다. 송구에 대해 한 마디도 안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훈의 경우 KIA에서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포수와 1루수 훈련을 병행했다. 포수 훈련을 충분히 받아보지 못했다고. 최 코치는 "이정훈은 포수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본적이 없다고 하더라. 운동 능력은 좋다. 몸으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데 바로바로 이해를 한다. 좋은 능력을 가졌다"라면서 "'아마 몰라서 못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해줬다. 원동력을 가지게끔 얘기해준다. 백업 한 자리 차지하려면 본인 의지에 달렸지만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전 포수가 정해졌지만 백업진 역시 든든해야 팀도 건강해질 수 있다. 최코치는 "그동안 월등히 나은 사람이 없으니까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백업으로 생각하면 괜찮을 것이다. 정보근도 부상에서 회복하면 경쟁이 될 것"이라며 백업 포수진이 경쟁을 통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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