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2023시즌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꺾었는데 승리보다 내용이 고무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투타에서 활약했고, 수비에서도 물샐틈없는 플레이가 이뤄졌다.
한화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톡에서 치러진 네덜란드 WBC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4-1 승리로 장식했다. 스프링캠프 첫 실전 경기에서 강팀을 만나 완승을 거뒀다.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 조나단 스쿱(디트로이트)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은 이날 경기에 빠졌지만 안드렐턴 시몬스, 디디 그레고리우스(이상 FA) 등 전직 메이저리거들과 한일 리그에서 활약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전 소프트뱅크), 로저 버나디나(전 KIA) 등 잔뼈 굵은 베테랑 선수들이 1~4번 타순에 포진했다.
한화는 6명의 투수들이 네덜란드 타선을 산발 4안타 1실점으로 봉쇄했다. 선발 문동주가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리며 2이닝 동안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안타 없이 삼진 2개를 잡았다. 이어 남지민(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한승주(1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 김재영(1⅓이닝 무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윤대경(1이닝 무실점), 윤산흠(1이닝 무실점)까지 나오는 투수마다 제 몫을 다했다.
이날 경기는 아웃카운트가 아닌 투구수에 따라 이닝을 끝내기로 네덜란드와 합의했다. 1회 23구를 던진 문동주를 제외하곤 모든 투수들이 예정된 개수를 넘기지 않고 이닝을 끝낼 만큼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문동주도 2회에는 10개의 공으로 삼자범퇴했다. 8~9회 윤대경과 윤산흠은 나란히 공 9개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경기 후반을 ‘순식간에 삭제’했다.
타선도 2회 채은성, 장진혁, 박정현의 안타 3개와 볼넷 1개, 도루 1개를 묶어 3득점하면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5회 상대 실책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은원의 쐐기 적시타가 나왔다. 수비에서도 실책 하나 없이 깔끔한 플레이들이 이어지며 견고한 야구를 선보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경기 내용과 과정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굿 게임”이라며 “승리한 것도 기쁘지만 오늘 경기는 모든 선수들의 수비가 정말 좋았다. 불필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일이 없었다. 깔끔한 경기가 이런 것이라는 점을 선수들 스스로 배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문동주, 남지민, 한승주 등 젊은 투수들이 정말 훌륭한 피칭을 해줬다. 김재영도 우타자 상대 역할을 충분히 했다”며 “타격에선 박정현과 장진혁이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찬스에서 적절한 안타로 점수를 뽑아냈다”고 칭찬했다. 7번 장진혁, 9번 박정현이 나란히 2안타 1타점으로 하위 타선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끝으로 수베로 감독은 “연습경기이지만 승리를 통해 선수들이 얻은 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기억하고 시즌을 치러나갈 것이다”며 첫 경기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화는 21일 휴식을 가진 뒤 22~23일 네덜란드 WBC 대표팀과 2차례 연습경기를 추가로 치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