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들에게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통산 3할 타율의 베테랑 이명기(36)까지 가세하면서 지난 2년과 비교할 수 없는 진짜 경쟁이 펼쳐졌다.
한화는 지난 14일 사인&트레이드로 FA 외야수 이명기를 영입했다. 지난해 11월 FA 시장이 열린 뒤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데려오며 외부 FA 영입 한도 3명을 꽉 채웠던 한화는 사인&트레이드로 추가 보강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영입 대상은 역시 외야수였다. 지난 2년간 한화는 외야가 취약 포지션이었다. 2021년 15명, 2022년 13명의 국내 선수들이 외야수로 나서며 2년간 무수한 기회를 받았지만 어느 한 명도 주전 자리를 움켜쥐지 못했다. ‘희망회로’를 돌리기엔 지난 2년간 부딪친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했다.
FA 시장에서 강타자 채은성을 영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채은성은 지난해 LG에서 1루수를 맡았지만 이전까지 우익수로 외야가 익숙하다. 외국인 타자는 지난해 마이크 터크먼에서 올해 브라이언 오그레디로 바꿨지만 포지션은 외야 그대로. 두 자리를 채웠지만 남은 한 자리에 계산이 서지 않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NC에서 FA를 신청했으나 미아 위기에 놓인 이명기와 권희동을 계속 주시했다.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대가로 데려올 타이밍을 봤고, 스프링캠프 시작 2주가 지난 시점에 사인&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내야수 조현진과 2024년 신인 7라운드(전체 61순위) 지명권을 내줬지만 포수 이재용과 이명기를 데려왔다. 연봉 5000만원과 옵션 5000만원으로 1년 최대 1억원에 큰돈 들이지 않고 외야 뎁스를 강화했다.
1군 캠프에서 훈련 중인 기존 외야수 노수광, 장진혁, 장운호, 이진영, 이원석, 유상빈에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외야 남은 한 자리의 내부 경쟁 공간으로 열어놓았지만 이명기가 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그동안 많은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리그 내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갖춰나가야 할 시간이다. 트레이드 메시지는 명확하다. 경쟁을 통해 이겨내야만 자신의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SK(현 SSG)에서 1군 데뷔한 이명기는 KIA, NC를 거치며 1군 13시즌 통산 타율 3할7리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3000타석 이상 기준 역대 통산 타율 18위로 현역 선수 중 10위에 빛난다. 규정타석 3할 타율이 4시즌 되며 한국시리즈 우승도 두 번 경험했다. 2021년 여름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에 따른 출장정지로 출발이 늦었던 지난해 타율 2할6푼으로 부진했지만 컨택 능력이나 경험은 한화 외야수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하다.
우익수 채은성, 중견수 오그레디, 그리고 좌익수 이명기로 한화 외야 라인이 완전히 물갈이될 수 있다. 이명기가 반등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는 “야구를 못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는데 어렵게 팀을 구했다. 한화에 감사하고,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든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계약 조건에 대한 아쉬움이나 자리에 대한 생각보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경쟁은 늘 해왔고, 한화에서도 다르지 않다. 야구를 하면서 해마다 컨디션이나 상황이 다른데 올해는 잘할 자신이 있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부활을 자신했다.
수베로 감독은 “2021년 NC 2번타자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명기 합류 효과를 기대했다. 이명기는 2번 타순에서 통산 타율 3할2푼9리, 출루율 3할9푼1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는 2번 타순 타율 10위(.219), 출루율 9위(.325)로 하위권이었다. 이명기가 반등한다면 한화 타선의 약점을 메울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기존 외야수 중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이명기를 이길 선수가 나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