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 쇼케이스로 만들 생각은 1도 없다. 이정후의 목표는 오직 하나. 14년 만에 한국 야구의 WBC 4강 신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WBC를 준비 중인 이정후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취재진과 만나 “WBC에서 나를 알릴 생각은 없다. 오직 팀 승리만 생각하겠다”라고 밝혔다.
2023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서 미국 현지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키움 스프링캠프는 물론 대표팀 훈련, 연습경기까지 연일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 스카우트가 현장을 찾아 이정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고, 지난 16일 NC와의 연습경기 때는 최다인 9개 구단 스카우트가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이정후가 교체되자 다들 자리를 뜨는 진풍경도 포착.
이런 관심이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이정후는 “이미 메이저리그 평가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의식이 안 됐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보러오는 것 같다”라며 “WBC는 오히려 나보다 고우석, 정우영, 강백호, 김혜성 등 미국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의 쇼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 “WBC는 국가대표 경기이기 때문에 날 알릴 생각은 없다. 오직 팀 승리만 생각한다”라며 “물론 스카우트 분들도 일을 하셔야 하니 날 보러오는 게 맞겠지만 동생들을 보러 오실 수도 있다. 난 경기에 나가서 빨리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먼저 WBC 공인구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이 작년에 이 공인구로 계속 경기를 했는데 공이 잘 안 날아간다고 말했다. 푸이그의 경우 한국 공이 더 안 날아간다고 했는데 그래도 하성이 형이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라며 “내가 직접 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가 공인구에 영향을 받을 타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정후는 올해가 돼서야 비로소 대표팀에 또래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정후는 “이번 대표팀이 특별한 건 내 또래가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이제 앞으로 계속 국제대회가 많을 텐데 선배들이 빠지면 우리가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이번 대회부터 다들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남겼다.
이정후에게 끝으로 이번 대회 목표를 물었다. 그는 “다시 미국에 오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라며 “그 전에 호주전을 무조건 이겨야 해서 호주전만 생각하고 있다. 호주전을 지면 안 된다. 호주 투수들의 공을 잘 쳐야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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