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절부터 지도했던 선수가 어느덧 대투수로 성장해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선수가 됐다. 스승은 오랜만에 만난 제자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양현종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WBC 국가대표팀 3일차 훈련에서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대투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불펜피칭에서도 정교한 제구력을 뽐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정현욱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43개를 던진 양현종은 약 80%가 넘는 스트라이크 비율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받았다. 모두들 ‘역시 양현종’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의 추임새가 눈에 띄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을 향해 “많이 좋아졌다. 옛날 양현종이 아닌데?”라고 말하며 웃었고, 양현종이 잇따라 스트라이크를 던지자 “이제 한 번 날릴 때가 되지 않았나. 왜 그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현종은 멋쩍은 웃음과 함께 쑥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양현종은 광주동성고를 나와 2007 신인드래프트서 KIA 2차 1라운드 1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양현종이 신인 시절부터 대투수는 아니었다. 입단과 함께 당시 KIA 투수코치였던 이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3년차인 2009년 12승을 통해 대투수 커리어의 서막을 열었다. 양현종과 이 감독은 서로에게 특별한 제자이자 스승이다.
세월이 흘러 이강철 코치로 감독으로 만나게 된 양현종은 “감독님이 많이 컸다고 이야기해주시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2010년대 초반 감독님과 끝까지 남아서 많은 훈련을 했는데 그 때 기억이 많이 난다”라며 “이제 내가 대표팀의 베테랑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많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조금은 흐뭇하게 내 투구를 보시지 않았나 싶다. 오랜만에 감독님이 뒤에 계셔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마음도 같았다. 이 감독은 “KIA에서 처음 같이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나 또한 대투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찬다”라고 미소 지으며 “베테랑은 힘은 떨어져도 제구가 안정돼 있다. (양)현종이는 나이, 경력, 연륜이 있기 때문에 힘은 있지만 제구가 불안정한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포스트 양현종으로 불리는 이의리를 보며 양현종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의리를 보니까 양현종 어릴 때와 거의 비슷하더라. 양현종 생각이 났다”라며 “양현종에게도 ‘네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했더니 양현종도 그렇다고 하더라. 이제 어른이 됐으니 자부심을 갖고 잘하라는 조언을 해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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