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지난 2019년 시즌 후 FA가 된 사이영상 2위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젊은 선발 자원이 풍부한 투수진 때문이었다. 그 중 류현진과 같은 좌완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27)의 존재가 컸다.
멕시코 출신 파이어볼러 유리아스는 지난 2012년 만 16세 나이로 일찌감치 다저스와 계약했고,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7년 어깨 부상으로 재활 시간을 거쳐 2019년에는 선발, 구원을 오가면서 잠재력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유리아스는 다저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류현진이 토론토로 이적한 2020년 단축 시즌 유리아스는 풀타임 선발로 11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는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며 6경기 4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푸는 데 앞장섰다. 월드시리즈 6차전 마지막 세이브 투수도 유리아스였다.
2021년에는 32경기(185⅔이닝) 20승3패 평균자책점 2.96 탈삼진 195개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다승, 승률(.870)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31경기(175이닝) 17승7패 평균자책점 2.16 탈삼진 166개로 위력을 떨치며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3위에 랭크됐다. 2년 연속 최고 좌완 투수에게 주어지는 워렌 스판상도 받았다.
어느새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을 얻는 유리아스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음 가는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상황도 유리아스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 예비 FA 신분이었던 특급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는 지난 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6년 1억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해 일찌감치 팀에 남았다. 올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4+1년 최대 5675만 달러 계약이 끝나는 또 다른 특급 선발투수 애런 놀라도 연장 계약을 논의하면서 FA 대신 잔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FA 선발 매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남은 선수 중 오타니 다음 가는 유리아스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유리아스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이다. 보라스는 선수들에게 연장 계약보다 FA 시장에 나가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주로 쓴다. 유리아스와 다저스 사이에 연장 계약과 관련한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유리아스도 지난 5일 ‘디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저스와 연장 계약 여부에 대해 “우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시즌을 앞두고 있다.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두 가지”라면서도 “에이전시에서 구단과 논의할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100% 필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아스는 멕시코 대표팀 주장으로 이번 WBC에 참가한다.
올해도 유리아스가 최근 활약을 이어간다면 클레이튼 커쇼가 갖고 있는 다저스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도 넘볼 수 있다. 커쇼는 지난 2014년 1월 다저스와 7년 2억1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준 투수 역대 최초 2억 달러 계약으로 최고 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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