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손아섭이 다시 장타에 욕심을 낸다. 커리어에 걸맞지 않았던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후 고민과 연구 끝에 돌파구를 찾았다.
손아섭의 타격에 관한 학구열은 모두가 감탄한다. 그만큼 타격에 있어서는 욕심이 강하고 누가 봐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그 가운에서도 단점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보완하려고 한다. 그 학구열의 결과가 통산 2229안타로 나타났다.
현역 최다 안타를 기록 중이고 역대 순위도 박용택(2504개), 양준혁(2318개)에 이어 3위다. 박용택의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276안타가 남았다. 2011년 이후 매년 140안타 이상 씩을 기록했기에 2시즌 내에, 이르면 2024년 전반기에는 기록 달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기록 달성의 시기를 조금 더 당길 수도 있었다. 지난해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고향팀 롯데를 떠나서 NC와 4년 64억 원에 계약을 맺은 손아섭. 그런데 이적 첫 시즌 충격적인 부진을 겪었다. 풀타임 커리어에서 가장 나쁜 시즌이었다. 138경기 타율 2할7푼7리(548타수 152안타) 4홈런 46타점 72득점 OPS .714의 성적을 기록했다.
단순 OPS 수치는 2012년(.766) 이후 최저 수치다. 시대별 보정이 포함된 타격 생산력 수치인 wRC+(조정득점생산력) 105.7은 2010년부터 풀타임을 소화한 뒤 가장 낮았다.
컨택과 출루, 장타 모두 쉽지 않았던, 손아섭 답지 않았던 시즌을 보냈다. 손아섭은 “그동안 성장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고 더 올라가고 싶은데 벽에 막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이 결정타였다. 아직 선수 생활 할 날도 많이 남아있는데 이러다가 내가 생각하는 꿈과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2023년 새해가 밝자마자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찾아간 인물이 ‘음주운전 3회’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타격 재능만큼은 역대 손꼽혔던 강정호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레슨을 하고 있는 강정호, 과거 롯데 시절 절친했고 현재는 미국 대학야구 NCAA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는 허일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손아섭은 이들과 함께 대대적인 기술적인 변화를 줬다. “하체 움직임이 많이 변해있었고 타격 전 손의 위치도 예전보다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스트라이크 존의 넓은 부분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었다. 과거 8~9개의 맞는 포인트가 있었다면 지금은 2~3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투수가 실투를 던지지 않는다면 타격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대로 힘을 모아서 타격에 힘을 전달하지 못하면서 장타력은 물론 강점인 컨택까지 잃어버다. 이를 바로잡고 다시금 타구를 강하고 멀리 보내기 위한 과정에 돌입한 것. 잠시 내려놓았던 장타력 욕심을 다시 집어들었다.
사실 손아섭의 선수생활 내내 장타력은 콤플렉스였다. 2010년대 초반 리그 최정상의 컨택 능력을 선보였음에도 장타력 만큼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결국 손아섭은 지난 2017년 20홈런, 2018년 26홈런을 기록하면서 장타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그러다 2021년 3개, 2022년 4개로 장타가 실종됐다. 장타율도 3할대로 떨어졌다. 통산 장타율 .459를 생각하면 한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결국 돌파구로 실종됐던 장타를 찾아오는 방향을 택했다.
다만, 과도한 장타 욕심은 때로는 슬럼프가 찾아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손아섭의 커리어 동안 장타력 증강과 컨택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끊임이 없었다. 새로운 해법을 찾거나 아니면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기도 했다. 손아섭 커리어의 역사는 이렇게 반복됐다.
과거처럼 20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홈런과 2루타 수치가 동시에 올라간다면 NC도 양의지(두산), 노진혁(롯데)이 빠진 장타력 수치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과연 손아섭의 변화는 충격의 이적 첫 시즌을 잊는 새로운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