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길어길수록 계속해서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과든 해명이든 아니면 자신의 발언에 후회없다는 소신이든 후속 대처가 아쉽다.
SSG 랜더스의 추신수는 WBC 대표팀과 안우진 관련 발언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1월 중순, 추신수는 미국 댈러스이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과 안우진 등에 대해 논란의 발언을 했다.
추신수는 “일본 같은 경우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우리는 보면 김현수를 비롯해서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물론 충분히 대회에 나갈 만한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나라면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봤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경험해보니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어린 나이부터 WBC 같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느끼는 감정이나 마인드 자체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문동주가 제구력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던지는 투수가 없다. 안우진도 마찬가지다. 그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한국야구가 해야할 일이다”라고 발언했다.
학교 폭력 가해 이력이 있는 안우진에 대해 보편적인 한국 정서, 팬들의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도 이어졌다. 추신수는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님 다음으로 잘 될 수 있는 선수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어릴 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금은 뉘우치고 있고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런데도 국가대표로 나갈 수가 없다. 할 말은 정말 많다”라고 안우진을 대표팀으로 뽑지 않은 것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선배가 아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후배가 있으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후배들이 잘못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바꾸려고 해야하는데 지켜만 본다. 그게 아쉽다”라며 야구계 선배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동료, 선배들, 팬들 모두 추신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추신수는 마이웨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SSG 스프링캠프에 10여명의 취재진이 방문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추신수의 ‘야구 선배’이자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선배들이 추신수 만큼 생각을 안 했을까. 생각없이 안우진을 안 뽑았겠나”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추신수는 은퇴하고 한국 생활은 완전히 끝낼 건가. 한국에서 지도자, 감독도 하고 싶으면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한국 야구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면 한국 정서를 따라야 하지 않겠나. 한 번은 얘기를 하고 털고 가야 한다. 어떤 뜻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미안하다거나 잘못 생각했다고 해야 끝이 난다”고 아쉬워했다.
박찬호는 최근 키움 캠프를 방문해 안우진을 격려한 뒤 추신수 발언에 대해 “추신수가 감독이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아직 아니다. 시대가 아직 안우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WBC 대표팀에 뽑힌 김현수는 프로 데뷔 후 10번째 대표팀 출전이다. 그는 “대표팀은 나가고 싶다고 나가는 게 아니라 뽑히니까 나가는 거다. 누가 제가 안 나갈게요, 제가 나갈게요, 이렇게 해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가장 잘하는 선수가 뽑히고,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이 있는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발언에 반박하는 내용인데, 김현수는 “질문에 답을 했던 것이고, 각자 생각이니까. 자기가 생각한 걸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발언을 바로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누가 뭐라고 하든 야구만 열심히, 야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논란을 외면하고,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야구만 잘하는 선수는 연봉은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팬들의 사랑은 받진 못할 것이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다가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과거 사고까지 총 3차례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났다. 이후 메이저리그 생활을 끝내고, 2020년 제대로 사과없이 기습적으로 KBO리그 복귀를 시도하다가 팬들의 극심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무산됐다.
2022년 다시 키움과 계약하며 복귀를 원했으나, KBO는 팬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는 결단을 내렸다. 결국 강정호는 KBO 복귀를 포기하며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됐고, 현재는 미국 LA에서 야구 레슨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는 2020년부터 KBO리그에 뛰기 시작한 후 비시즌 때면 가족들이 있는 미국 댈러스로 돌아간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