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32)에게는 분노의 겨울이다. 뜻대로 풀린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예비 FA’ 시즌에 돌입한다.
최지만은 지난해 11월(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2023시즌을 준비했다.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제대회가 있었기에 최지만의 겨울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재활은 2~3개월 가량 걸리는 짧은 수술이었기에 수술과 재활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면 된다는 계산이었고 대표팀 이강철 감독과 대표팀 선발 기술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최지만을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피츠버그 구단은 최지만의 WBC 출전을 불허했다. 최지만의 팔꿈치 상태를 우려해서였다. 피츠버그는 카를로스 산타나와 함께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주전 자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피츠버그 구단의 우려는 어쩌면 당연했다.
벤 셰링턴 단장은 “시즌이 가까워 올수록 몸 상태는 좋아지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재활을 하고 있을 때 구단 직원들이 살폈다. 현재 올바르게 가고 있다지만 이번 오프시즌은 과거와 달랐다. WBC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도 이런 부분이 있었다”라며 “결정이 내려졌을 때 완전히 준비가 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려를 갖고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시즌이 되면 완전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WBC 참가가 정상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최지만은 즉각 반발했다. 구단의 WBC 출전 반대 결정에 소속사를 통해서 “모든 운동선수들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뛰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이번에 WBC 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불가 결정에 따른 실망과 좌절감도 매우 크다”고 아쉬워 하면서 “팀이 우려하는 팔꿈치 수술은 했지만 미국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재활과정을 잘 진행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라이브배팅까지 진행할 만큼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가대표 팀 합류는 물론 도쿄에서 열리는 1라운드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잘 끌어 올리고 있었기에 제가 느끼는 실망감은 너무 크고, 아프다”라며 구단의 결정에 대한 실망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번 구단과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연봉 조정 절차를 밟고 있던 최지만과 피츠버그였고 최종적으로 최지만이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올해 연봉으로 최지만은 540만 달러를 요구했고 피츠버그는 465만 달러로 연봉을 책정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 결국 청문회까지 갔고 최종적으로 피츠버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113경기를 뛰며 타율 2할3푼3리(356타수 83안타) 11홈런 52타점 OPS .729를 기록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49경기를 결장한 게 청문회에서 최지만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안고 있던 팔꿈치 통증을 털어냈다. 최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WBC 불참은 오롯이 정규시즌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최지만은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FA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지만에게는 모든 것이 안 풀린 겨울이다. 시선에 따라서 ‘분노의 겨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지만에게는 이러한 상황들이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었던 추신수(SSG)도 FA 시즌 직전에 열린 WBC에 불참하게 된 최지만이다. 결과적으로 추신수는 알려진 부상은 업었지만 WBC 대신 정규시즌에 집중했고 이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의 FA 대박을 쳤다.
추신수와 상황과 배경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최지만에게도 FA 대박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