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일전 등판하게 된다면 꼭 설욕하고 싶다.”
김광현, 양현종의 국가대표팀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후계자인 구창모(26)는 대표팀 소집에서 한일전 설욕 대상을 콕 찝어 언급했다.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한일전에서 야마카와 호타카(32)에게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당시 4-1로 앞서던 상황이었는데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준 것. 결국 이 경기에서 한국은 승부치기 끝에 7-8로 패했다.
구창모에게 도쿄돔과 한일전은 아픔 뿐이다. 하지만 5년 3개월이 지난 현재, 구창모의 기억은 선명한 반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구창모는 “야마카와가 이번 WBC 대표팀에 포함됐더라. 만약 한일전에 등판하게 되면 꼭 설욕하고 싶다”라며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 이리본에 안 좋은 기억을 이번 기회에 꼭 씻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이러한 구창모의 의지에 응수라도 하는 것일까. 일본 대표팀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야마카와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야마카와의 프리배팅 홈런쇼를 조명했다. 이날 야마카와는 13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그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다카하시 요시노부는 일본대표팀의 첫 훈련을 지켜본 뒤 ‘스포츠호치’를 통해서 “얍권의 프리배팅이었다. 지난해 3관왕 무라카미 무네타카, 오카모토 카즈마 등과 함께 치고 있었지만 특히 야마카와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확실하게 컨택해서 날려 버린다”라며 “선마린 스타디움의 상단에 탁구공을 치듯이 공을 날려 버린다. 본인은 아직 실전 컨디션이 아니라고 하지만 대회에서 컨디션이 좋을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일본매체 ‘풀카운트’는 무라카미의 멘트를 실었는데 야마카와의 홈런 타구를 본 뒤 “굉장하다고 생각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일 괴물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2014년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야마카와는 2016년부터 두 자릿수 홈런, 2018년부터 매년 24홈런 이상 씩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129경기 타율 2할6푼6리 119안타 41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연소 타격 3관왕에 일본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와 함께 구창모를 비롯한 한국 마운드를 위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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