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일전 선발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위로 돌아왔다. 이번 WBC에서도 춤추는 체인지업으로 일본 타자들을 당황시키는 게 목표다.
고영표(32)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WBC 대비 첫 평가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명의 타자를 상대로 2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투구수는 16개.
고영표는 0-0이던 2회 선발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김주원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곧바로 서호철을 투수 앞 병살타로 잡고 순식간에 주자를 지웠다. 이어 오장한을 헛스윙 삼진 처리,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다.
그러나 고영표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워낙 빠른 승부로 3아웃을 잡으며 정해진 투구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 고영표는 후속 안중열을 헛스윙 삼진, 한석현을 1루수 땅볼 처리, 비로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처음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졌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좋았다. 제구도 잘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며 “아무래도 마이애미에서 미리 몸을 잘 만들었던 게 오늘 좋은 투구로 이어진 느낌이다. 잠깐 비가 오면서 투손 날씨가 추워졌지만 오늘(17일) 던질 때는 춥지 않았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24승을 거둔 고영표는 이번 대표팀의 확실한 선발 카드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과의 준결승전 선발을 맡아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 91구 호투를 펼쳤던 터. 당시 춤추는 체인지업으로 일본 타자를 요리하며 일본 야구계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있다.
고영표는 “올림픽에서 야마다 테츠토 선수에게 2루타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을 상대로 잘 치는 타자라 경계하고 있다”라며 “그 때보다 더욱 정교해진 체인지업으로 일본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게 목표이자 각오다”라고 일본전 설욕을 다짐했다.
WBC 공인구 적응도 크게 문제없다. 오히려 공인구가 바뀌며 변화구 제구가 훨씬 예리해졌다. 고영표는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질 때 조금 손에서 미끄러질 때가 있어서 부담됐는데 오늘 던져보니 제구가 잘 이뤄졌다. 체인지업은 편하게 던지고 있고, 투심도 무브먼트가 좋아지는 공인구인 것 같다”라고 반색했다.
고영표는 이번 대회에서 첫 경기인 호주전 또는 다음 일본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상황.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두 경기 모두 승리가 필요하다. 고영표는 “일단 첫 경기 호주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 승리가 팀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라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내 컨디션에 집중하고 있다. 감독님, 코치님 모두 체인지업이 도쿄돔에서 이점이 있다고 말씀해주신 만큼 체인지업을 좀 더 연습해서 견고하게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단 고영표는 대표팀 분위기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베테랑과 신예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며 투수조 분위기를 밝히는 그다. 고영표는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고, 봤던 선수들도 있는데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며 “이제 내가 투수조에서 중간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잘 챙겨주려고 한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다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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