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과 연봉 삭감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강백호(24)가 첫 연습경기부터 결승포를 쏘아 올리며 WBC 전망을 밝혔다.
강백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WBC 대비 평가전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맹타로 국가대표팀의 8-2 완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0-0이던 2회 1사 1루서 등장한 강백호는 NC 두 번째 투수 송명기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이날 경기의 결승홈런을 신고한 순간.
3회 루킹 삼진, 5회 1루수 땅볼로 잠시 숨을 고른 강백호는 7회 류진욱 상대 우전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9명 가운데 2안타를 신고한 선수는 강백호와 박병호 둘뿐이었다.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5억5000만 원에서 무려 47.3%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2018 KT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해 탄탄대로를 달렸던 천재타자의 굴욕이었다. 지난해 두 차례의 큰 부상과 부진으로 62경기 타율 2할4푼5리를 남긴 결과 절반 가까이 삭감된 연봉 계약서를 받아들여야 했다.
연봉 삭감의 충격이 컸을까. 강백호는 초심을 되찾고,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자세로 스프링캠프에 임했다. 구단에 스스로 데이터 미팅을 요청하며 지난해 부진을 면밀히 분석했고, 국가대표팀 훈련 기간에도 데이터 미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조기 출근하는 결단을 내렸다. 강백호의 요청으로 KT 김강 타격코치 또한 오전 8시 키노 스포츠컴플렉스로 출근해 선수와 간이 1대1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강백호는 이날 오전 연습타격 때부터 심상치 않은 파괴력을 뽐냈다. 야구장 외야 담장 너머의 나무를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종종 날렸고, 실전에서 감각을 그대로 이으며 WBC와 2023시즌 전망을 동시에 밝혔다.
지난해 강백호가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강철 감독도 제자의 한방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과 KT 사령탑을 겸임 중인 이 감독은 “(강)백호의 몸 상태가 좋다. 오늘 홈런이 본인에게도 중요하겠지만 팀에 도움이 되고, 올 시즌 반전이 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에 친 안타도 좋았다”라고 반색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강철호의 첫 실전 경기를 맞아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운집했다. 명문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무려 9개 구단 스카우트가 키노 스포츠컴플렉스를 찾았다.
주요 타깃인 이정후가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가운데 강백호가 깜짝 눈도장을 찍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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