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 한 선수의 합류는 한 구단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에릭 테임즈(37)는 KBO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NC 다이노스 구단의 역사도 새롭게 쓰여지게끔 만들었다.
테임즈는 지난 16일, 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영어로 쓰여진 은퇴사 게시글에 더해서 자신의 심경을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 팬들을 위한 은퇴사를 따로 작성했다.
그는 “은퇴 고민부터 NC와 계약까지 모든 일들이 2013년 며칠 사이에 벌어졌다. 이렇게 한 나라와 사랑에 빠질 줄 몰랐습니다. KBO에서 경기 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을지 전혀 몰랐습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하는 모든 이유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면서 “저와 다이노스를 포용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KBO팀을 응원하시든 저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저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저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13년 겨울, NC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로운 무대 도전을 택했고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된 테임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유망주에서 그저 그런 20대 중후반의 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다. 2013년 테임즈는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선택은 테임즈의 선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NC는 당시 테임즈를 중장거리 타자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무대에서 장타력이 좀 더 상승할 수도 있었지만 다가올 미래가 어떨지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NC는 외야수였던 테임즈를 1루수로 점찍고 영입했다. 1루수 경험은 전무했다. 하지만 NC와 테임즈 모두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테임즈는 2014년부터 심상치 않다. 타고투저의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테임즈는 리그 최정상급의 수치를 썼다. 타율 3할4푼3리 152안타 37홈런 121타점 OPS 1.111의 성적을 남겼다. 이 해 서건창의 200안타, 박병호의 52홈런, 강정호의 유격수 최초 40홈런 등 당시 ‘넥벤저스’ 3인방 활약이 더욱 조명을 받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결국 2015년 더욱 근육을 키워서 돌아와 리그를 폭격했다. 일단 앞으로 나오기 힘들 두 가지 대기록을 썼다.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 그리고 한 시즌 사이클링 히트 2회의 기록이다. 모두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NC와 KBO리그 역사를 동시에 바꿔놓았다. 타율 3할8푼1리 180안타 47홈런 140타점 OPS 1.288의 초특급 성적으로 MVP를 수상했다.
테임즈가 최고의 시즌을 보냈듯이 NC 구단으로도 당시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테임즈의 활약과 함께 정규시즌 2위로 최고 성적을 기록한 뒤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준우승이었지만 이는 훗날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자 디딤돌이 됐다.
아울러 테임즈는 나성범, 이호준과 함께 ‘나이테 트리오’를 구축했고 NC는 이 해 한 팀에서 3명이 100타점을 기록한 최초의 구단이 됐다(테임즈 140타점, 나성범 135타점, 이호준 110타점). ‘나이테 트리오’는 훗날 NC 중심타선 트리오 명칭의 원조가 됐고 조금씩 변형됐다. 2016년 박석민이 합류하면서 ‘나테이박’, ‘나이테박’으로 변형됐고 2020년에는 나성범-양의지-알테어의 ‘나의테 트리오’라는 변주가 생겼다.
전설로 남을 ‘나이테 트리오’는 2016년을 끝으로 해체됐다. 2016년까지 통산 3시즌 390경기 타율 3할4푼9리 472안타 124홈런 382타점 출루율 4할5푼1리 장타율 .721 OPS 1.172의 특급 성적을 남긴 뒤 2017년 밀워키 브루워스와 3+1년 최대 24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미국 유턴에 성공했다.
이전에도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테임즈처럼 한국무대에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받고 복귀한 사례는 사실상 최초였다. 그리고 이 해 38경기 타율 2할4푼7리 31홈런 63타점 OPS .877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며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후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과 KBO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유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테임즈는 꾸준히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2017년 밀워키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NC의 포스트시즌 응원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즉흥적으로 응원단 리프트까지 타고 올라가 응원을 주도했고 팀도 당시 승리했다. 또한 2019년에는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도 깜짝 출연하며 한국 사랑을 보여줬다.
NC 역사에서 테임즈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앞으로도 테임즈를 능가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테임즈와 3년의 인연은 NC의 구단 역사와 KBO리그 역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