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봉 2억6000만 원 삭감의 아픔을 겪은 ‘천재타자’ 강백호(24·KT 위즈)가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 스프링캠프 조기 출근은 기본, 국가대표팀 훈련 기간에도 KT 구단 데이터 미팅을 위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한국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첫 공식 훈련. 오전 10시 경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단 단체버스에 강백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수단 공식 출발 이전에 먼저 숙소를 떠나 경기장에 조기 출근했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종전 5억5000만 원에서 무려 47.3%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2018 KT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해 탄탄대로를 달렸던 천재타자의 굴욕이었다. 지난해 두 차례의 큰 부상과 부진으로 62경기 타율 2할4푼5리를 남긴 결과 절반 가까이 삭감된 연봉 계약서를 받아들여야 했다.
연봉 삭감의 충격이 컸을까. 강백호는 초심을 되찾고,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자세로 스프링캠프에 임하고 있다. 강백호는 먼저 KT 구단의 데이터 미팅을 적극 활용하며 지난해 부진 요인을 분석했다. 1차 데이터 미팅을 통해 지난 시즌 데이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142경기 타율 3할4푼7리 16홈런의 파괴력을 뽐냈던 2021시즌 데이터 자료를 구단에 요청, 부진 탈출 의지를 보였다.
KT 관계자는 “강백호가 데이터 미팅을 통해 데이터를 보는 시야가 확장된 모습이다. 이제는 코치와 쌍방향으로 질문을 주고받을 정도의 수준이다”라며 “본인이 직접 1대1 데이터 미팅을 별도로 요청할 정도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백호는 국가대표팀 훈련 기간에도 KT 데이터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조기 출근 결단을 내렸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는 열혈 학생으로 변신한 것. KT 관계자는 “강백호가 대표팀 훈련 시 가장 이른 시간에 경기장으로 출근할 테니 김강 타격코치도 오전 8시 무렵 함께 나와 줄 것을 직접 요청했다”라고 귀띔했다.
강백호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김강 타격코치는 이른 시간 경기장 한편에서 강백호와 간이 1대1 데이터 미팅을 진행했다. 직접 분석한 데이터 자료를 토대로 2023시즌 타격 매커니즘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모범생으로 변신한 강백호는 아침 공부를 마친 뒤 다시 국가대표팀 선수단으로 향해 공식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다.
강백호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니 이 유니폼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며 “KT에서 계속 훈련을 봐주셨던 김기태 코치님께서 본격적으로 타격을 지도해주셨는데 더 집중해서 차차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또 선배들에게 1루 수비, 타격 매커니즘에 대해 많이 여쭤보고 배우겠다”라고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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