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약체에게 물려 탈락하는 악몽은 없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둔 이강철호가 1차 목표인 8강 진출을 위해 첫 경기인 호주전에 사활을 걸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세계랭킹 4위)은 WBC 본선 1라운드에서 일본(1위), 호주(10위), 체코(15위), 중국(30위)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행 티켓이 주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객관적 전력 상 호주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팀이 대회 첫 상대로 결정되며 내달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운명의 한판을 치른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달 5일 대표팀 코치진을 이끌고 호주로 출국해 나흘간 호주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하며 분석에 나섰다. 호주는 한국보다 6계단 아래인 세계랭킹 10위이지만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최종 엔트리 명단에 포함됐다. 메이저리거 애런 화이트필드와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두 시즌을 보낸 워윅 서폴드 또한 경계대상이다. 한국은 2013, 2017 WBC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일격을 당해 예선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진행된 대표팀 첫 훈련에서 만난 이 감독은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 봤던 멤버들이 그대로 대표팀에 뽑혔고, 4명의 좌완투수가 추가됐다. 우리 대표팀에 좌타자가 많아서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호주는 화이트필드, 서폴드에 트리플A 선수들도 10명 정도 있다. 전력이 나쁜 편이 아니다. 단기전은 한 번 걸리면 잘못되기 때문에 절대 방심할 수 없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호주 선수들의 실전 감각 또한 한국에게는 경계 대상이다. 남반구인 호주는 자국리그가 이달 초 마무리되며 선수들의 몸이 이미 만들어진 상태. 반면 리그가 4월 개막하는 한국은 이제 막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감독은 “호주는 2월 4일 리그가 끝나서 좋은 컨디션 속에 휴식을 취하고 대회에 참가한다. 그게 호주에게는 장점이자 우리에게는 악재다”라고 짚었다.
이강철호는 전력분석팀이 투손에 합류하는 18일부터 본격적인 호주 파헤치기에 나선다. 아울러 첫 경기인 호주전을 반드시 잡기 위해 이례적으로 호주 전력분석 영상을 식사 전 30분 동안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전력분석은 눈에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영상을 하루에 30분씩 띄우려고 한다. 쉬는 날은 푹 쉬고, 훈련하는 날 식사 시간 전을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도 호주를 1승 상대로 생각하지만 호주 또한 우리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서로의 시선이 같다”라고 호주전 올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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