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볼파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34)는 지난해보다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체지방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들었다. “체지방 수치를 낮추면 마운드에서 더욱 민첩해지고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수아레즈는 30경기에서 6승 8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49. 선발 투수의 역할을 평가하는 잣대 가운데 하나인 퀄리티스타트는 19차례 달성했다. 잘 던지고도 타선이 침묵하거나 계투진이 흔들리는 바람에 승리를 놓친 적이 꽤 있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성적 지표를 보면서 한 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봤다. 팀 승리에 어느 만큼 기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단 한 번도 내색하지 않을 만큼 에이스로서 마음가짐도 좋다. 이러한 수아레즈의 마인드는 동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에 수아레즈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억지로 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선발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면 내가 가진 100%의 능력을 쏟아붓는 게 내 역할이다. 이외의 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최고의 동료들과 다시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수아레즈는 팀 동료들을 두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정말 좋다. 팀 슬로건처럼 나부터 혼연일체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면 동료들도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잘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던 호세 피렐라(34・외야수)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인연을 맺었던 데이비드 뷰캐넌(34・투수) 또한 수아레즈의 KBO리그 안착에 많은 도움이 됐다.
“피렐라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삼성과 계약한 뒤 피렐라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피렐라 덕분에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뷰캐넌 또한 야쿠르트에서 함께 하면서 친분이 두텁다. 피렐라와 뷰캐넌이 있기에 한국에 처음 와도 소외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다”.
젊은 투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 묻자 “어떠한 상황이든 항상 집중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 상황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수아레즈가 동료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는다면 다승왕 등극도 가능할 듯. 그는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 퀄리티스타트는 선발 투수로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등판할 때마다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