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최근 출판된 책 하나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살이 그동안 사인 스캔들의 피해자라고 여겨졌던 LA 다저스로 향하고 있다. 다저스는 이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트레이닝 캑터스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최근 제기된 다저스의 사인 훔치기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고 강조했다.
다저스의 의혹은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에반 드릴리치가 집필하고 출판한 ‘Winning Fixes Everything: How Baseball’s Brightest Minds Created Sports’ Biggest Mess(직역-승리는 모든 것을 고친다 : 야구계의 가장 똑똑한 지성인들이 어떻게 스포츠에 거대한 혼란을 일으켰는지)’라는 책에서 제기됐다.
2017년 월드시리즈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조사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미온적인 대처, 그리고 익명의 보스턴 소식통의 폭로 등이 담겨져 있다.
지난 2019년 말, 당시 휴스턴 투수였던 마이크 파이어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휴스턴의 사인 스캔들이다. 이때 휴스턴은 홈 구장의 전자장비와 비디오분석실을 통해서 상대 사인을 읽은 뒤 쓰레기통으로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인 훔치기를 실행했다. 결국 조사 끝에 휴스턴 A.J. 힌치 감독과 당시 수석코치였던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 제프 루나우 단장은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아울러 500만 달러의 벌금과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폭로자는 책에서 다저스는 2017년 뉴욕 양키스, 보스턴이 벌금을 받았던 ‘베이스 러너 시스템’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시스템은 비디오 분석실에서 덕아웃 신호를 해독해 누상의 주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휴스턴이 홈에서 쓰레기통으로 전달했던 방식만큼 끔찍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작 피더슨(현 샌프란시스코)이 체이스 어틀리와 메이저리그 사무국 관계자가 함께 있던 비디오 분석실에서 사인을 해독했는지 캐물었다’라고도 설명했다.
이 익명의 보스턴 관계자는 “다저스는 2018년 사인을 훔친 클럽 중 하나이고 리그 사무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면서 “다저스는 항상 우리를 괴롭혔다. 그들은 야구계에서 가장 큰 사기꾼들이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우리를 상대로 사인 훔치기를 했다. 하지만 사무국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폭로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고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책의 내용을 읽었다고 밝히면서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다저스를 조사 했지만 의혹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버츠 감독은 “저 익명의 관계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라고 발끈했다. 이어 “우리 팀은 포수가 사인을 줄 때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인을 전달하는 것을 잘했다. 그건 야구의 방식이다. 승리를 위한 방식이고 절대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영리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이점을 찾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만약 잘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충분히 감추지 못했다면 그건 상대의 잘못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때때로 사람들은 장비를 활용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과 야구적으로 자연스러운 센스를 발휘하는 것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라고 일침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