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나을 것 같다".
KIA타이거즈의 최고령 선수는 최형우이다. 올해 12월이면 만 40살이다. 동시에 두 번째 FA 계약기간의 마지막 해이다. 프로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각별한 마음가짐으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캠프를 보름 앞두고 류지혁 황대인과 함께 미국으로 먼저 건너가 몸을 만들었다.
3년 만에 찾은 애리조나 캠프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가벼운 몸놀림과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일찍부터 준비한 덕택에 체중이 빠졌다. 누구보다 몸상태는 선수 자신이 잘 안다. 주변에 "작년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여전히 팀 타선의 핵심인 불혹의 베테랑의 반가운 메시지였다.
최형우에게는 스프링 캠프는 도전과 응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마흔 살에 도전하는 목표가 있다. 2년 연속 부진했던 타격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0시즌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년 47억 원에 재계약했다. 마지막 3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부상과 부진에 빠졌다.
2021시즌 안과질환과 허벅지 부상으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타율이 3할5푼4리에서 2할2푼3리로 뚝 떨어졌다. 타격 1위에서 51위로 내려앉았다. 12홈런 55타점에 그쳤다. 2022시즌은 타율은 2할6푼4리 14홈런 71타점으로 끌어올렸지만 100% 만족하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나마 후반기 3할 타율이 긍정적이었다.
KBO리그의 간판타자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가장 큰 목표이다. 일단 38타점을 더하면 이승엽 두산 감독을 제치고 1499타점으로 KBO 새 역사가 된다. 더 나아가 3할-20홈런-100타점도 노려봄직하다. 3할3푼1리-23홈런-101타점의 우등 성적과 골든글러브까지 챙기고 은퇴한 이대호의 뒤를 가는 것이다. 멋진 마무리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이다.
팀내의 거포 육성 구도는 베테랑의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 주전 1루수 황대인을 비롯해 좌타 김석환과 우타 변우혁 등 3명의 거포들을 중심타자로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포지션별로 경쟁률이 높아 기회가 부족하다. 김종국 감독은 지명타자 자리를 활용해 기회를 주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일단 올해는 최형우에게 지명타자 우선권을 주었다. 최형우의 이후, 즉 내년을 생각하는 육성 그림이다. 그러나 최형우가 올해 부진하다면 젊은 타자들에게 기회가 일찍 돌아갈 수 있다. 최형우도 평소에 "젊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나는 물러나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말한 바 있다.
다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즌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스프링캠프를 일찍 시작한 이유이다. 팀은 작년 시즌 초반 한때 2위에 올랐지만 5위 턱걸이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단, 하루짜리 가을에 그쳤다. 마운드가 좋아진 올해는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가을야구까지 풀타임으로 달리는 최형우. 팬들이 기대하는 피날레이다. /sunny@osen.co.kl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