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진짜 죽을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관두자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한다."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김상수(35)는 마지막을 각오했다. KBO 최초 40홀드 기록 보유자라는 화려한 과거는 잠시 묻어두고 후회 없는 커리어의 황혼기를 보내려고 한다.
김상수는 지난 2019년 키움 소속으로 KBO 역대 최초 40홀드를 따내며 홀드왕을 수상했다. 전인미답의 기록으로 KBO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SSG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기간 2+1년 총액 15억 5000만 원에 FA 계약을 했고 사인 앤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끝으로 SSG에서 방출 됐다.
하지만 이내 러브콜이 이어졌다. 방출 선수였지만 확실한 커리어가 있는 선수였고 키움 시절 투수조장, 주장 등을 맡으며 리더십을 검증 받았다. 다수의 구단과 영입 경쟁을 했고 롯데가 김상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상수는 "롯데라는 팀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저 팀은 왜 5강을 가지 못할까'라는 생각도 했고 '많은 팬들이 있는 팀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재밌게 야구를 할 수 있을까','부산에는 어떤 맛이는 게 있을까'라는 등, 재밌는 게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롯데라는 팀에 흥미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롯데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롯데의 간절한 구애 구애, 그리고 과거 데뷔 초창기 삼성에서 함께했던 배영수 투수코치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상수는 "그래도 배영수 코치님이 계신 게 아무래도 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단장님께서 전화로 '우리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네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롯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수는 차분하면서도 솔선수범하면서 롯데의 젊은 투수진 속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삼성 입단 동기 차우찬과 롯데 입단 동기 방출생인 신정락, 윤명준 등이 함께 베테랑의 모범을 보이면서 신망을 얻고 있다. 최준용은 김상수의 몸 관리와 과거 40홀드 시즌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면서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다.
그는 "후배들이 생각보다 잘 다가와줬다. 또 친구들도 있고 코치님들도 어린 시절에 함께했던 분들이다. 재밌게 하고 있다"라면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것보다 변하고 싶다면 또는 선배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저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느끼면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할 것이고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제가 알려주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롯데에 가져다 줄 부수적인 효과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단 마운드 위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야구선수' 김상수에게는 중요하다. 배영수 코치는 새롭게 합류한 베테랑 투수들이 명예회복 하는 것을 바랐다.
지난해 SSG에서 방출되고 은퇴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는 "18년차가 되다 보니까 언제 은퇴할까, SSG를 나오면서 그만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라면서 "하지만 18년차의 입장에서 그 고민을 하고 나니까 이제는 야구를 하고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가 행복하더라"라고 전했다.
후회 없는 마무리를 생각하게 된 이유다. 그는 "정말 죽을 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그만두자는 생각이다. 야구를 못해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그건 싫다"라면서 "불꽃까지도 아니고, 명예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짜 죽을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롯데의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함께 우승을 향해 가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야구 잘하는 게 첫 번째지만 롯데 팬들과 소통할 수 있고 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팬들과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라면서 "그리고 이기든 지든 가을에 꼭 야구를 하고 싶고 사직구장이 다시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우승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저도 잘해야 하고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야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올해는 선수들에게 질타보다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