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특별하고 극진하게 대접해야 하는 선수다. 투수로는 에이스, 타자로는 중심타자 역할을 하는 MVP급 투타겸업 선수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투타겸업을 하기에 체력 소모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2배 이상이다. 2021시즌 부터는 한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는 진정한 투타겸업 선수로 거듭났고 이 해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지난해 역시 투수로 28경기 166이닝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 WHIP 1.01의 성적을 올렸고 타자로 157경기 타율 2할7푼3리(586타수 160안타) 34홈런 95타점 OPS .875의 성적을 거뒀다.
이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자 리그에서 가장 비싼 몸값이 예약된 선수가 됐다. 올해가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으면 총액 5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오타니의 유일한 약점은 소속팀이다. 에인절스는 2014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경쟁 조차 못했다. 오타니, 마이크 트라웃, 앤서니 렌던, 앨버트 푸홀스(은퇴) 등의 호화 멤버를 데리고도 팀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오타니의 FA 시즌을 앞두고 에인절스는 선수층을 전체적으로 보강했다. 선발진에 지난해 다저스 소속으로 15승(5패) 평균자책점 2.57의 성적을 거둔 타일러 앤더슨을 영입했고 불펜에 카를로스 에스테베스를 안착시켰다. 야수진에도 외야수 헌터 렌프로, 브렛 필립스, 내야수 지오 어셀라, 브랜든 드루리 등 준척급 선수들을 데려왔다.
오타니와 트라웃을 보좌해야 하는 이들인데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 결국 올해 포스트시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타니가 더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타자로는 나설 수 있는 경기가 한계가 있지만 선발 투수로는 다르다. 오타니가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한다면 에인절스의 승리 확률도 높아진다.
그동안 에인절스는 투타겸업의 오타니를 보호하기 위해 6인 로테이션을 활용했다. 일본프로야구는 6인 로테이션이 보편화되어 있었지만 메이저리그는 5인 로테이션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의 6인 로테이션은 오타니와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다른 투수들의 기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오타니만 돋보일 뿐이었다.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한다. 오타니의 체력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도 중요하다. 에인절스도 모험이 필요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구단은 6인 로테이션 유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5인 로테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5인 로테이션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얻을 이익이 있을까”라면서 “오타니 에이전트와 대화를 해야 한다. 에이전트 말로는 오타니가 5인 로테이션도 상관없다고 한다. 우리는 매일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스프링캠프 소집을 앞두고 다소간 변화가 생긴 듯 하다. 15일(한국시간) 에인절스의 투수와 포수 소집일에 맞춰서 필 네빈 감독은 변화를 시사했다. 네빈 감독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6번째 선발은 스윙맨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오타니는 던져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면 던진다”라고 전했다.
즉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을 두면서 때로는 5인 선발 로테이션처럼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승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오타니에게 등판 기회를 더 줄 의향이다”라며 “부상이 없다면 지난해보다 등판 숫자와 이닝이 증가한다”라고 전망했다.
우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통산 5일 휴식 등판 18경기, 6일 이상 등판 45경기를 치렀다. 연전이 이어지고 5인 로테이션을 돌린다면 4일 휴식 등판도 필수적인데 아직 4일 휴식 등판은 없었다. 승부욕이 강하고 이제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타니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에인절스도 차츰 보호 빗장을 해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운드에 자주 올라야 하는 에이스의 숙명을 오타니가 받아들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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