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연락을 받았는데 안 믿겼어요.”
포수 이재용(24)은 지난 14일 아침까지 NC 소속이었다. NC의 창원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이었던 그는 이날 아침 걸려온 전화를 받고나선 어안이 벙벙했다. 한화로의 트레이드 통보였다. FA 외야수 이명기가 이날 NC와 1년 최대 1억원에 계약한 뒤 한화로 트레이드되면서 이재용도 같이 대전행 티켓을 받았다. 한화는 두 선수를 받는 조건으로 NC에 내야수 조현진과 2024년 신인 7라운드(전체 61순위) 지명권을 넘겨줬다.
모든 포커스는 FA 미아에서 벗어난 이명기에게 쏠렸지만 손혁 한화 단장은 이재용에게 꽂혔다. 포수 유망주 허인서가 지난 1월 상무에 입대하면서 포수 뎁스 보강의 필요성을 느꼈고,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재용을 점찍었다.
손 단장은 “이재용을 영상으로 봤는데 어깨가 좋고, 수비에 가능성을 보여준 포수다. 김정민 배터리코치라는 좋은 분을 우리 팀에 모셔온 만큼 (이재용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병역을 해결한 젊은 포수 영입은 팀 뎁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기대했다.
이날 창원에서 대전으로 올라와 구단 용품을 지급받은 이재용은 “갑작스런 트레이드라 당황스럽긴 하다. 오늘 아침 연락 받았는데 안 믿겼다. NC에 정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현실이다. 한화가 저를 찾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주변에서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축하하는 말을 해줬다.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한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82cm, 86kg 건장한 체격을 갖춘 포수 이재용은 배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7년 2차 5라운드 전체 48순위로 NC에 지명됐다. 창단할 때부터 NC를 좋아했는데 응원팀에 지명돼 좋았다고. 대부분 시간을 2군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군 데뷔 후 NC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남겼다.
NC에서 8경기를 뛰며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1안타가 홈런, 그것도 KBO리그 역대 4번째 진기록이었다. 지난해 5월6일 창원 LG전. 5회초 선발 포수 양의지가 김현수의 파울 타구에 맞아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이재용이 대수비로 교체 투입됐다. 이어 5회말 1사 2루에서 데뷔 첫 타석을 가졌다. 가슴 떨리는 순간. LG 투수 김진성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 2000년 LG 짐 테이텀, 2001년 두산 송원국, 2017년 한화 김태연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 진기록이었다. 그때를 떠올린 이재용은 “김진성 선배님께서 NC에 계셨기 때문에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운 좋게 넘겼다”며 웃었다.
NC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제는 한화맨으로 새출발한다. 그는 “한화에는 어린 유망주들이 많다. 앞으로 강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퓨처스 경기를 할 때도 상대편으로 본 한화 선수들은 파이팅이 좋았다”며 “한화에 아는 선수가 아예 없다. NC에서 함께한 정범모 선배님이 한화 (잔류군) 코치로 오셔서 다시 만나게 됐다. 같이 온 이명기 선배님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경험이 두 번 있는 이명기는 “네가 가서 잘하면 된다. 적응은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이날 창원의 NC 퓨처스 캠프를 찾아 작별 인사를 한 이재용은 “공필성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조영훈, 김종민, 윤수강 코치님 등 많은 분들에게 잘 배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도와준 모든 NC 분들께 감사하다”며 “NC에선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한화에선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투수 리드나 도루 저지에 자신 있다. 한화 최재훈 선배님도 예전부터 좋아한 포수다. 프레이밍이나 송구, 열정을 바로 옆에서 배우고 싶다. 최재훈 선배님 뒤를 잇는 한화 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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