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죠.”
FA 미아로 남을 뻔한 ‘통산 3할 외야수’ 이명기(36)가 마침내 새 팀을 찾았다. 지난 14일 NC와 1년 최대 1억원(연봉 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을 한 뒤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한화는 이명기와 함께 포수 이재용(24)을 받으면서 내야수 조현진(21)과 2024년 신인 7라운드(전체 61순위) 지명권을 NC에 내줬다.
이명기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통산 타율 3할대(.307)에 만 35세 이상으로 보상선수가 붙지 않는 C등급이었지만 시장 평가는 냉정했다. 해를 넘겨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에도 미계약 신분으로 FA 시장에 남았다. 초조하게 시간이 흘러가던 중 외야수 보강을 필요로 한 한화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14일 오전 창원에서 NC와 계약한 뒤 대전으로 올라와 구단 용품을 지급받은 이명기는 “정말 어렵게 팀을 구했다. 한화에 감사한 마음이 크고,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며 “어제(13일) 저녁 계약 관련 연락을 받았다. 손혁 한화 단장님이 전화를 주셔서 몸 상태를 물어봤고,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은 박하다. 옵션 5000만원을 제외한 보장 연봉은 5000만원으로 최저 수준. 지난해 연봉 1억7500만원에서 71.4% 깎인 조건이지만 이명기는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다.
그는 “계약 조건보다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생각보다 FA 계약이 잘 안 돼 마음고생을 했다. 1월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에는 ‘야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은퇴 고민을 한 것은 아닌데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도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인천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2차 8라운드 전체 63순위로 SK에 지명된 뒤 2008년 1군에 데뷔한 이명기는 KIA와 NC를 거치며 13시즌을 뛰었다.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늘 야구를 해왔던 그는 “돌이켜보면 이런 시간이 없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겨우내 FA 마음고생을 끝낸 이명기는 이제 다시 앞을 본다. 그는 “1월까지는 센터에서 개인 운동을 했고, 2월부터 전남 영암에서 중고교 학생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기술 훈련을 했다. 몸 상태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일 일본 고치로 넘어가 한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
이명기는 지난 2017년 KIA, 2020년 NC에서 주전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가는 팀마다 우승했던 선수라 한화에도 좋은 기운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대해 이명기는 “운이 좋게도 팀을 옮길 때마다 우승했다. 한화에도 좋은 기운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가을야구도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웃었다.
SK 시절 함께한 한화 주장 정우람으로부터 축하 연락을 받은 이명기는 “한화에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 (고참으로서) 젊은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베테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야구하면서 좋은 것, 나쁜 것 모두 경험해봤다. 안 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멘탈적인 부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은 어느 팀에서나 매해 하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주어진 역할에 잘할 자신 있다”며 “대전에 올 때마다 한화 팬분들이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것을 봤다. 이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는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팀이 많이 이길 수 있도록 꼭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