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해 11월 FA 시장에서 외야수 채은성, 투수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을 차례로 영입하며 외부 계약 한도 3명을 꽉 채웠다. 하지만 손혁 한화 단장은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지 않았다. 전력 보강이 가능한 모든 문을 열어놓았다.
사인&트레이드의 가능성을 본 손혁 단장은 때를 기다렸다. 12월초부터 손 단장은 “만약 선수를 추가로 영입한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서두르진 않겠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전을 각오했다.
FA 채은성과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데려온 한화는 그러나 남은 외야 한 자리가 미지수였다. 기존 외야수들에게 기회의 장으로 열어놓았지만 확실한 계산이 서지 않았다.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지난 2년간 무수한 기회를 살리지 못한 불안감이 있었다.
손 단장은 막연한 기대를 하기보다 현장에서 1명이라도 더 쓸 수 있는 외야 카드를 채워주고 싶어 했다. 시선은 남은 FA 외야수 이명기(36), 권희동(33)에게 향했다.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에도 불씨를 남겨놓았다.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고, 두 달 넘는 기다림 끝에 결정을 내렸다. 한화의 선택은 이명기였다.
한화는 지난 14일 이명기와 포수 이재용을 받으면서 내야수 조현진과 2024 신인 7라운드(전체 61순위) 지명권을 NC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명기는 NC 소속으로 1년 최대 1억원(연봉 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한 뒤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공식 FA 계약은 NC 소속으로 했지만 한화는 올 겨울 사실상 4명의 FA 선수를 폭풍 영입했다.
이명기는 지난해 94경기 타율 2할6푼 23타점으로 주춤했지만 1군 13시즌 통산 타율 3할대(.307)를 기록 중이다. 컨택이 검증된 타자로 한화가 필요로 하는 2번 타순에 맞춤형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2021년 NC의 2번타자로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며 이명기 영입 소식에 반색했다. 기존 외야수들에게도 긴장감을 높이며 경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했다.
한화가 이명기를 영입함에 따라 여전히 미계약 FA 신분인 권희동의 상황이 어려워졌다. 유력 행선지가 사라지면서 이적을 기대할 만한 팀이 마땅치 않다. 원소속팀 NC에선 이미 전력 외로 분류한 상황이라 오갈 데 없는 상황. 손 단장이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기존 젊은 외야수들에게도 최소한의 경쟁 공간이 필요한 만큼 한화의 권희동 영입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당장 팀을 찾는 게 급선무인 권희동으로선 눈높이도 더 낮춰야 한다. 지난해 연봉 1억7500만원을 받은 이명기는 무려 71.4% 삭감된 보장 연봉 5000만원에 계약했다. 리그 최저 연봉 수준이다. 이명기보다 3살 어리긴 하지만 한화라는 영입 후보팀이 사라진 권희동으로선 여러모로 더 불리해진 처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