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FA 이적생이 모범생 역할까지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아껴두었던 실탄을 화끈하게 풀었다. 롯데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일찌감치 '1차 타깃'을 향해 달려들었고 모두 영입에 성공했다. 롯데는 포수와 유격수 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그 결과 유강남(31)과 4년 80억 원, 노진혁(35)과 4년 50억 원의 FA 계약에 성공했다.
평가자의 시선에 따라서 특급 선수인지는 논쟁이 있겠지만 롯데의 고질적이고 치명적이었던 포수와 유격수 자리의 약점을 채워줄 핵심 선수인 것은 분명했다. 고액 연봉 선수인 만큼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내심 있었다.
스프링캠프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롯데의 괌 스프링캠프에서 유강남과 노진혁의 존재감은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범생'처럼 모든 훈련을 열외 없이 참가하며 롯데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투수가 원하는 포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유강남은 투수들과 빠르게 친해지며 녹아들고 있다. 투수들 모두 '유강남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기존 포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유강남이라는 주전 포수의 존재는 투수들을 미소 짓게 하는 게 사실이다. 불펜 피칭장에서는 특유의 파이팅으로 "오라이~"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투수들의 사기도 북돋워주고 있다.
도루 저지 약점을 고민하던 유강남은 계약 직후 최경철 배터리 코치에게 연락해서 보완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댔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엑스트라 훈련을 자처하면서 안주하지 않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를 본 구단 관계자는 "FA 선수답지 않다. 새로 왔지만 파이팅도 넘치고 빠르게 적응했다"라고 설명했다. 유강남 스스로도 이를 "신뢰를 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과정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진혁도 마찬가지다. 수비 얼리, 엑스트라, 컨디셔닝 훈련 등 모든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한다. 무엇보다 열정적이다. 고참급 선수로 분류되어 코칭스태프도 배려를 해주려고 하지만 노진혁 역시 열외가 없다. 위의 구단 관계자는 "모든 훈련을 모두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한다. 너무 열심히 해서 보는 사람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허리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도 훈련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다.
또한 훈련 중간 중간 쉬는시간에도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등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대화는 야수들과 가장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매개였고 후배들 역시 노진혁을 믿고 따른다.
선발대로 함께 훈련했던 내야수 김민수는 "선발대로 들어와 룸메이트를 하고 훈련도 함께했다. 숙박비는 선배님이 내 주시고 제가 렌트를 하며 움직였다"라며 "선배님은 FM처럼 하시려고 한다. 생활적인 면에서 많이 배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친화력도 좋으셔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고 전했다.
롯데의 결단은 결국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과정이 결과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과정이 좋다면 결과도 결국에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FA 이적생 듀오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모범생처럼 행동하고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다. 롯데의 FA 이적생 효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