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별로였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 중인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출신 좌완 이승현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짧게 평가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14개) 달성에도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아카마 볼파크에서 만난 이승현은 “좋은 부분을 계속 유지하고 안 좋은 부분을 빨리 고쳐야 하는데 작년에는 반대였다. 좋았던 걸 유지하지 못하고 안 좋았던 것만 길게 가져갔다”고 했다.
이승현은 4월 한 달간 13경기에 나서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12⅔이닝 동안 무려 18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그는 “돌이켜 보면 4월이 진짜 좋았는데 그걸 이어가지 못했다. 좋은 걸 이어가지 못하고 안 좋은 걸 길게 가져갔기 때문에 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작년에는 마운드에서 너무 급했다. 타자가 준비도 안 됐는데 제가 던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마음이) 급하니까 폼, 밸런스, 변화구 컨트롤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승현은 정현욱 투수 코치와 권오준 불펜 코치의 조언대로 투구 템포에 변화를 줬다. “예전 같으면 하나 둘 셋에 던졌다면 지금은 하나 두울 셋이라고 보면 된다”.
이승현은 지난 12일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지웠다. 삼진 2개도 곁들였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잘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지난해 커브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타자와의 대결에서 이기려면 제 주무기인 커브를 확실히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연습 많이 한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승현은 피칭 레퍼토리 추가보다 기존 구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현욱 코치님과 권오준 코치님께서 직구, 커브, 슬라이더 세 구종만 제대로 던져도 충분히 승부 가능하다고 하셨다. 지금은 새로운 구종을 연마하기보다 기존 구종을 확실히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승현의 말이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 시즌 7위로 마감했다. 팀의 일원으로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이승현의 진심. 그는 “제가 중간 투수니까 홀드를 많이 하면 가장 좋겠지만 작년에 우리 팀 순위가 낮았는데 올 시즌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팀이 이기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한 물음에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잘하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대표팀보다 제가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