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 창단 후 역대 최다인 신인 5명을 부른 KT 이강철 감독. 여기에는 2021년 첫 통합우승에 그치지 않고 팀을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시키려는 강철매직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2023 KBO리그 1군 스프링캠프 초청장을 받은 신인은 총 23명. 신인드래프트에서 110명이 프로 지명을 받은 가운데 약 21%만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데뷔 시즌을 준비하는 영예를 안았다.
구단 별로 보면 KT(김정운, 정준영, 손민석, 김건웅, 류현인), SSG(이로운, 송영진, 김민준, 김정민, 김건웅)가 최다인 5명, 키움(김건희, 김동헌, 송재선)이 3명, NC(신영우, 이준호), 롯데(김민석, 이태연), 한화(김서현, 문현빈)는 2명, LG(박명근), KIA(윤영철), 두산(윤준호)이 1명이다. 삼성은 1군 캠프에 신인을 부르지 않았다.
최초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신인 5명을 포함시킨 구단은 KT가 유일하다. 당초 신인 4명을 1군 캠프에 초청할 계획이었던 SSG는 캠프 출발 직전 베테랑 노경은의 담낭 제거 수술이 결정되며 루키 김건웅을 리스트에 넣었다.
KT가 신인 10명 중 절반인 무려 5명을 1군 캠프에 데려간 이유는 명확하다.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신인들에게 1군 DNA를 조기에 투입,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뎁스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투손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루키 5명은 이강철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선별한 유망주다.
KT 관계자는 “이강철 감독님이 이번 1군 캠프에서 새로운 얼굴을 많이 보길 원했다. 1군에서 경쟁할 수 있는 유망주를 육성하는 게 목표이며, 이를 통한 1군과 2군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인 5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각자 갖고 있는 장점과 매력도 모두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제2의 고영표를 노리는 1라운드 김정운이다. KT는 마지막 10순위임에도 드래프트의 잠수함 최대어를 품는 데 성공했다. 김정운은 와일드한 투구 메커니즘과 우수한 무브먼트가 강점인 선수. KT는 KBO리그 레전드 잠수함투수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고영표, 엄상백이 있는 사이드암 맛집이다.
2라운드 정준영은 포스트 배정대를 꿈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공격, 수비, 주루에서 평균 이상의 야구 센스를 갖춘 중견수 자원이다. 3라운드 내야수 손민석은 강한 어깨와 함께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며, 4라운드 투수 김건웅은 187cm의 신장과 공의 무브먼트, 7라운드 내야수 류현인은 안정된 포구와 수비 센스가 강점이다. 류현인은 JTBC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며 동기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인지도를 쌓았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방출 3인방인 조이현, 박선우(이상 투수), 이상호(내야수) 또한 투손에서 재기를 꿈꾸며, 2019 KT 2차 6라운드로 뽑힌 강민성(내야수), 2021년 2차 5라운드 지명된 김영현(투수), 6라운드 최성민(외야수)도 2군이 아닌 1군 캠프에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약팀 이미지를 벗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2021년은 통합우승이었다. 그러나 뎁스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며 시즌 막바지 주전들이 체력 과부하를 겪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올해는 두터운 뎁스를 바탕으로 기복 없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KT의 40인 1군 스프링캠프 선수 명단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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