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의 야구 인생이 이대로 끝나는 걸까.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에 휩싸이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야시엘 푸이그(33)는 여전히 법적 다툼 중이다. 미국 검찰에서 위증뿐만 아니라 사법방해죄까지 더해 푸이그를 코너로 몰고 있다. 미국의 사법방해죄는 거짓 진술이나 허위 자료 제출로 수사나 재판 절차를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이런 푸이그를 구하기 위해 저명한 인권 변호사이자 민권 운동가인 벤 크럼프가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크럼프는 미국 흑인들의 법무부 장관으로 불릴 정도로 흑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거물이다. 지난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변호를 맡아 유족에게 합의금 2700만 달러를 안기기도 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카지노’에 따르면 크럼프는 지난 12일 LA 연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박 조직을 운영하던 6명이 기소됐지만 푸이그는 미국 검찰이 목표로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고 있다”며 푸이그를 구경거리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푸이그를 변호하는 또 다른 변호사 케리 액셀은 미국 검찰에 푸이그를 심문한 국토안보부, 국세청 수사관들의 최근 5년간 인터뷰 보고서와 기소 결정 관련된 수사관과 목격자들 사이 통신 기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를 근거로 푸이그 변호팀은 백인과 흑인에 대한 차별 대우를 주장하면서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 비슷한 사건 때 허위 진술을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한 백인들에게 위증이나 사법방해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선택적 기소라고 주장했다.
푸이그는 지난 11일 법원에서 두 가지 위증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사 액셀은 “미국 검찰의 불공정한 기소가 더욱 확고해진 것에 실망했다. 문제가 될 만한 새로운 것은 없다. 사법방해죄에 대한 혐의도 최초 혐의와 동일한 근거 없는 주장이다”며 “그들은 푸이그가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며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에 처벌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푸이그 사건은 지난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웨인 닉스가 운영하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업에 ‘에이전트1’이라는 제3삼자를 통해 돈은 베팅했다. 한 달 만에 28만3000달러를 잃은 푸이그는 20만 달러 빚을 갚은 뒤 같은 해 7월부터 9월까지 농구, 축구, 테니스 경기에 899차례 베팅한 사실이 드러났다. 야구 경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도박 여부가 아니다. 닉스의 혐의를 쫓던 연방 수사관이 지난해 1월 한국에 있던 푸이그와 화상 인터뷰하던 중 위증 혐의가 드러났다. 푸이그는 불법 도박 송금을 요청한 사람을 알고도 모른다고 한 것, 에이전트1과 도박이 아닌 야구 대화만 했다고 밝혔지만 둘 사이 수백 차례 전화와 문자, 음성 메시지가 증거로 나왔다. 최초에 푸이그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최대 5년형인 위증에 대해 5만5000달러 이상 벌금을 내고 법원에 출두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가 이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선수 생활에 영향을 받게 된 푸이그는 유죄 인정을 철회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인 측은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푸이그가 법률 상담이나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죄를 입증할 새 증거도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도록 법적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푸이그의 그라운드 복귀는 기약이 없다. 푸이그가 11일 다시 무죄를 주장하면서 오는 4월26일 LA 연방법원에서 예정된 재판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게 됐다. 여기서 무죄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백이 더 길어져 선수 커리어가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푸이그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타격 훈련과 웨이트하는 영상을 올리며 야구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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