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는 KBO리그 유망주의 산실로 떠올랐다. 지난 2019~2020시즌 질롱 코리아를 다녀온 투수 이인복(롯데), 내야수 김민수(롯데), 전병우(키움), 외야수 홍창기, 이재원(이상 LG), 임지열(키움), 고승민(롯데) 등이 1군 선수로 떠올랐다.
2022~2023시즌 질롱을 다녀온 선수 중에도 기대가 되는 선수들이 많다. 투수 장재영(키움), 최지민(KIA), 내야수 송찬의(LG), 외야수 하재훈(SSG) 등이 호주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새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가장 많은 15명의 선수를 파견한 한화에서도 좋은 경험을 하고 온 유망주들이 많다. 투수 중에선 우완 정이황(23)이 대표적이다. 선발로 6경기 33⅓이닝을 던지며 1승3패 평균자책점 4.86 탈삼진 28개를 기록했다. 190cm 큰 키에 최고 150km 빠른 공을 내리꽂으며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지난해 정이황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호주 가서 많이 좋아졌더라. 업그레이드된 기회였던 것 같다”며 “140km대 중반 이상 공에 포크볼이 좋고, 주무기 슬라이더가 꺾이는 각과 회전수가 좋은 투수다. 불펜에서 몸 푸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제구만 되면 셋업맨도 괜찮다”고 기대했다. 보직은 3월 중순 시범경기 기간 1~2군 선수단 이동에 따라 결정된다.
정이황은 “호주에 두 달 있었는데 많은 시도를 해봐서 재미있었다. 100개 이상 공도 처음 던져봤다. 원래 90개 정도 던지기로 계획됐는데 1이닝만 더 던지겠다고 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7일 멜버른 에이시스전에서 7이닝 2자책점 호투를 펼치며 개인 최다 108구를 던졌다. 6회까지 95구를 던진 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첫 7이닝 투구에 성공했다.
정이황의 첫 100구 이상 투구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부산고 출신으로 지난 2019년 2차 2라운드 전체 23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된 정이황은 첫 해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만 하면서 1~2군 모두 등판을 못했다. 2020년 시즌 도중 현역으로 군입대했고, 2021년 11월 전역할 때까지 공백도 있었다.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풀시즌을 돌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호주에서 투구수를 늘리며 외국인 타자들을 상대하는 경험도 쌓았다. 정이황은 “파워 있는 외국인 타자들을 상대로 유인구도 많이 던져봤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자신감을 얻었다. 다른 팀 선수들의 운동 루틴을 보며 배운 것도 많았다”며 “질롱에 다녀와서 잘된 선수들이 많다. 나도 그걸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를 다녀온 뒤 팀 선배 최재훈의 추천으로 대전의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에서 한 달간 훈련한 정이황은 “선배님이 사우나랑 밥도 사주시면서 운동을 시켜줬다. 지금까지 내가 해본 운동 중 가장 힘들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편인데도 운동하며 토한 건 처음이었다. 색다른 방법으로 한계치까지 하면서 몸도 정신력도 강해졌다”며 웃었다.
퓨처스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고치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정이황은 이달 말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옮기는 1군의 2차 캠프 합류를 1차 목표로 한다. “3월 시즌 개막에 맞추고 그럴 입장이 아니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정이황은 “1군 데뷔가 첫 번째 목표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