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1군에 가지 못한다고 힘들어했는지…너무 건방졌다.”
한화 1루수 이성곤(31)은 지난해 1군 주전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21년 6월25일 트레이드로 삼성에서 한화에 온 뒤 60경기 타율 2할6푼7리(172타수 46안타) 1홈런 24타점 출루율 3할8푼 OPS .758로 타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이맘때 1군 거제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1루수 후보로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한 달간 타격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5월7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9월13일 돌아오기까지 무려 130일이 걸렸다. 이성곤이 2군에 간 사이 같은 좌타 1루수 김인환이 신인왕 후보로 급성장하면서 자리를 꿰찼다. 순식간에 입지가 좁아진 이성곤에게 1군 복귀의 기약은 없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렸지만 그럴수록 더 훈련에 매진했다. 2군에서도 팀 훈련이 끝난 뒤 매일 개인 엑스트라 훈련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고, 이성곤은 퓨처스리그에서 62경기 타율 3할2푼(200타수 64안타) 2홈런 25타점 OPS .851로 활약했다.
최원호 감독은 “1군에서 내려온 뒤 장타를 치기 위해 한 달간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성향을 확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까지 무너진 이후 본인 스타일대로 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잘 쳤고, 숫자로 보여줬다”며 “훈련도 열심히 하고, 경기에서도 잘 하는데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안 쓸 수는 없었다. 주루 플레이도 센스 있게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칭찬했다. 8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시작되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도 간다.
지난해 이 시기에는 1군 주전 경쟁이었지만 지금은 2군이다. 김인환이 1루 자리를 지키고 있고, 1루 겸업이 가능한 외야수 채은성이 FA로 합류했다. 냉정하게 작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이성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올해로 10년차인데 야구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야구를 못했기 때문에 항상 어려웠다”며 “작년 시즌 준비 과정에서 장타를 늘리기 위해 많은 변화를 줬지만 쉽지 않았다. 올해는 출루율을 살리며 다른 것들을 파생시키는 쪽으로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 놓친 부분들을 겨울에 생각하고 정리했다”고 이야기했다.
비활동기간에는 팀 선배 최재훈의 소개로 대전의 피지컬 트레이닝 센터에서 강도 높은 운동으로 몸을 강하게 단련했다. 이성곤은 “거의 한 달 반 정도 지옥 같은 운동을 했다. 힘들지만 하면 할수록 중독성이 있었다. 갈수록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와주신 트레이너 분들과 추천해준 재훈이형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외할머니의 추천으로 새 시즌 등번호도 44번으로 바꾼 이성곤은 “지난해 되게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다. 겨울에 스스로를 돌아봤다. 언제부터 1군에 가지 못한다고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너무 건방졌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는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야구하겠다. 이제는 선배들보다 후배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로 제 운동도 놓치지 않고 서있는 위치에서 열심히 할 것이다”고 초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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