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슬러거 기대주 조민성이 일본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조민성은 지난 12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내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달성했다.
이날 주니치는 WBC 일본 대표팀 최연소 선수인 다카하시 히로토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다카하시는 지난해 19경기에 등판해 6승 7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47. 116⅔이닝 동안 삼진 134개를 빼앗았다. 최고 160km에 이르는 광속구는 다카하시의 주무기.
8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조민성은 0-1로 뒤진 3회 선두 타자로 나서 다카하시의 152km 짜리 빠른 공을 받아쳤고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1군 통산 12경기에 출장한 게 전부인 조민성이 일본 대표팀 투수에게 일격을 가하자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다. 조민성은 5회 중전 안타를 추가하며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삼성은 3점 차 뒤진 7회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조민성. 팀내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완성하는 등 상승세를 탄 조민성이 한 방을 터뜨린다면 삼성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민성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덕아웃으로 들어온 조민성은 분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삼성은 주니치에 0-7로 덜미를 잡혔지만 조민성의 활약은 패배 속 소득이었다.
경기 후 기자와 만난 조민성은 “경기를 앞두고 WBC 일본 대표팀 최연소 투수 다카하시가 선발 등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평소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기에서 타이밍이 좀 늦었는데 첫 타석에서도 타이밍이 늦었으나 빗맞은 안타로 이어졌다. 덕분에 다음 타석에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다카하시의 광속구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상대 선발의 직구 스피드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면 오히려 위축되어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변화구를 생각하면 직구 대응이 늦으니 직구 승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본 구단과 상대하면서 느낀 점을 묻자 “느끼는 부분이 많다. 직구의 위력도 좋지만 변화구의 휘는 각도와 정교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조민성은 7회 만루 찬스에서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6회말 수비 때 아쉬운 장면을 연출해 제게 찬스가 온 만큼 해결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욕심이 컸는지 삼진을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캠프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캠프를 앞두고 방망이 무게를 870g에서 880g으로 늘렸다가 연습 경기가 시작되면서 870g 방망이를 다시 잡았다”면서 “박한이 코치님께서 타격할 때 왼쪽 다리를 높게 드니까 타이밍이 늦다고 하셔서 다리의 높이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박진만 감독은 조민성을 1루수로 기용하는 이유에 대해 “장점(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에 조민성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느 포지션이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조민성은 휘문중 시절 ‘타격의 신’으로 불렸다. 목동구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릴 만큼 장타 생산 능력은 탁월하다. 지난해 9월 확대 엔트리 시행 후 1군 무대를 밟았고 9월 17일 대구 KIA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휴식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소화한다. 코치 입장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분명 포텐이 터질 선수다”. 지난해 퓨처스팀 모 코치는 조민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재능, 노력, 승부 근성, 성격 등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장점을 고루 갖춘 슬러거 기대주 조민성.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