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태극마크’ 캡틴의 묵직한 한마디, “대표팀은 항상 좋은 추억이고 좋은 경험이다”…보고 듣고 있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2.12 18: 40

 “도쿄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이번이 마지막이겠죠.”
10번째 태극마크를 달고 ‘라스트 댄스’에 도전한다.
LG 트윈스의 김현수(35)는 오늘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다. 프로 입단 후 10번째 대표팀 출전이다. KBO리그에서 김현수 보다 더 국가를 위해 봉사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 중인 LG 김현수. / LG 트윈스 제공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을 시작으로 2009년 2회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3회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1회 프리미어12,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2회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5회 WBC 대표팀이 김현수의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김현수는 ‘태극마크 10회는 보통 숫자가 아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말에 “진짜 많이 나간 것 같아요. 자부심은, 그냥 팬들이 저를 좋게 봐줬다고 생각해요”라고 웃었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거니까 거기에 걸맞은 행동만 하면 좋겠다”고 대표팀 동료들에게 부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1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훈련 때 1루수 수비 연습을 하는 김현수. /OSEN DB
-10번째 대표팀으로 출전하는데.
대표팀은 뽑혔으니까 최선을 다하고. (태극마크가) 무겁잖아요. 잘 버텨내야, 이겨내야 해요. 도쿄(올림픽)가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또 뽑히게 돼서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은 저보다 좋은 선수들도 많아서 그 선수들이 다음에는 나가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내가) 나이도 안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을 잘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있다고 하지만 혹시 다음에도 또 뽑힌다면.
(웃음) 어쩔 수 없죠. 나가야죠.
-지난 1월 추신수의 대표팀 발언과 반대되는 거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그 질문에 답을 했던 것이고, 각자 생각이니까. 자기가 생각한 걸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21년 도쿄올림픽 대표팀의 김현수. /OSEN DB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도 많다. 주장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표팀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 정말 잘 하는 선수들이 뽑혀서, 서로 다 자기가 최고인데, 소속팀에서는 무조건 (경기에) 나가는데, 대표팀에서는 못 나가는 상황이 올 거에요. 그 때 안 서운했으면 좋겠고. 국가를 대표하는 거니까 거기에 걸맞은 행동만 하면 좋겠어요. 나머지는 잘 알아서 잘 할 거라 생각해요.
-선수들 모아서 미팅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지.
도쿄 때도 그냥 모여서 우리끼리 ‘이기자’ 밖에 안 했어요. 평소에는 ‘몸 괜찮냐’ 이런 거 물어보구요.
-9번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각별하게 추억이 남는 대회를 뽑자면.
글쎄요. 못 뽑겠는데요. 대표팀은 다 좋은 추억이고, 좋은 경험이고. 많은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리이고. 같은 팀으로 한 번도 못 뛰었지만, 대표팀에서 자주 마주친 선수도 있고. 대표팀은 항상 좋은 추억이 쌓이고, 성적까지 따라오면 너무 좋은데, 성적이 안 좋으면 너무 슬프고. 그래서 도쿄 때 더 아쉬웠나봐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의 류현진-이승엽-김현수(왼쪽부터)
-WBC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좀 더 많은 팀들이 나오는게 매력 아닐까요. 정말 진짜 각자 나라에서 최정예 선수들이 나오고, 시즌 전에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시즌 전이라 더 힘들지 않는지. 몸 상태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힘든 게 없어요. 그건 감내 해야 하죠. 그만큼 대표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고. (축구)월드컵도 시즌 중간에 하는 것처럼 똑같지 않나 생각해요.
-프리미어12는 시즌 뒤에 한다. WBC와 프리미어12, 무엇이 더 힘든가.
둘 다 힘들어요(웃음). 너무 힘들어요. 뭐가 힘들다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힘들어요. 야수라 계속 하던 걸 하는 거라. 투수들은 더 차이가 나겠지만, 던지는 쪽에서는 더 힘들겠죠.
-유일하게 WBC 대회 중 2017년 3회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 때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서 뛰느라. 아쉬움은 없었는지.
시차가 안 맞아서 최선을 다해 TV로 보긴 했는데, 내가 못 나가서 아쉬운 것 보다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가 나가서) 좀 같이 힘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볼티모어) 팀에서 남아라 해서 못 나갔어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김현수가 대표팀에 출전하지 않은 유일한 대회다. 김현수는 지금까지 9차례 국가대표로 출전해 국제대회 타율 3할6푼2리(210타수 76안타)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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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동원, 김현수가 타격 훈련을 준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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