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USA'에 2명의 커브 명인…그 공을 모두 넘겨버린 김하성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2.12 11: 20

[OSEN=백종인 객원기자]  # 공 2개가 연달아 존을 통과한다. 3구째는 패스트볼(90마일) 하나를 보여준다. 타자 가슴 높이의 볼이다. 이건 다음 결정구를 위한 목적구다. 카운트는 1-2로 투수편이다.
이제 끝낼 차례다. 포수는 손가락 2개를 편다. 망설일 것도 없다. 키 6피트 7인치(201cm)에서 내려꽂는다. 조금 전 직구와 같은 높이다. 하지만 급격한 브레이크가 걸린다. 커브(74마일)였다. 수많은 타자를 쓰러트린 필살기다.
그런데 웬걸.  2할도 못 치는(0. 195) 타자는 당당하다. 레그킥을 한번 멈칫한다. 반 박자 쉬고 나온 배트가 절묘한 타이밍을 만든다. 공의 변화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빡’. 강렬한 파열음이 펫코 파크에 울려 퍼진다. 투수는 ‘아차’ 하는 표정이다. 타구는 순식간에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스코어는 2-0에서 3-0이 된다. 김하성이 애덤 웨인라이트(STL)로부터 시즌 2호째를 기록한 순간이다. (2021년 5월 16일, 펫코파크)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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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한달 남짓이다. 홈 팀이 2-0으로 앞선다. 선발은 제 몫을 다했다. 5회 말 타석 때 대타로 교체된다. 전광판에 뜬 타율은 0.217이다. 배터리는 고민할 이유가 없다. 공 1개라도 아끼고 싶다. 카운트 0-2,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3구째 곧바로 결정구가 온다. 74마일짜리 커브다. 아뿔싸. 전력분석을 빠트린 것 같다. 웨이노(웨인라이트)가 맞았던 그 공이다. 비슷한 스피드와 높이, 그리고 한 가운데 코스다. 타자가 놓칠 리 없다. 폭발적인 출구 속도로 타구를 뿜어낸다. 시즌 5호째 솔로포다. 김하성이 클레이튼 커쇼(LAD)를 무너트린 장면이다. 파드레스의 3-2 승리. (2021년 6월 22일, 펫코파크)
커쇼와 웨인라이트. 둘은 대표적인 커브의 명인이다.
카디널스 에이스의 것은 21세기 최고 구종으로 불린다. 무려 4번이나 감독들이 꼽은 베스트 커브로 선정됐다(2009, 2010, 2012, 2013). 한창 때 구종 가치(pitch value)는 12.1까지 올라갔다. 평균 구사율이 30%를 넘긴다. 이 정도면 알고도 못 친다는 얘기다.
2019년 브레이브스와 NLDS 3차전 때다. 선발로 나가 8회 2사까지 버텼다. 4피안타 무실점, 삼진을 8개 뽑았다(9회 1-3 역전패). 38살 우완의 투구수는 120개였다. 그 중 57개(47.5%)가 커브였다. 투구 추적 시스템이 개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모두 영혼의 단짝 야디(몰리나)의 요구였다.
웨이노가 카운트 1-2에서 우타자에게 이 공을 던진다면.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이 상황을 대입했다. 모두 611번의 사례가 있다. 안타(51개) 확률은 0.083에 불과하다. 홈런? 딱 두 번이다. 2010년에 한 번, 그리고 김하성에게 맞은 것은 11년만이다.
커쇼 역시 비슷하다. 전성기 때는 건드릴 수 없는 공이었다. 특히 피홈런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데뷔 7년만인 2014년이 돼서야 처음 허용했다(브랜든 힉스). 역시 김하성의 상황도 기적적인 수치다. 카운트 0-2에서 맞은 건 7년만이다. 대략 350개를 던져서 무사했던 기록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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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가 한 달 앞이다. 팀 USA도 30명 엔트리를 꾸렸다. 야수 쪽은 드림 팀이나 다름없다. 마이크 트라웃, 무키 베츠, 폴 골드슈미트, 놀란 아레나도 등이 포진했다. 공수 모두 뛰어난 전력이다.
반면 마운드는 그 보다 떨어진다. 네스토르 코르테스, 네이선 이발디, 랜스 린, 로건 웹, 메릴 켈리 등이 뽑혔다. 그리고 베테랑급 수퍼 스타가 이름값으로 무게를 더한다. 커쇼와 웨인라이트다. 둘 다 전성기는 지났다. 그래도 관록과 경험으로 팀을 이끌 것이다.
물론 미국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예선 라운드를 넘고, 8강전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4강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생긴다. 어쨌든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김하성과 커브 장인들의 재대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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