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벌금부터 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 신인 투수 김서현(한화)은 아마 사회의 무서움을 제대로 느꼈을 것이다.
2023년 KBO 신인 지명 전체 1순위로 계약금 5억원을 받으며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첫 스프링캠프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지난달 서산에서 신인 훈련 기간 자신의 SNS 부계정에 올린 코치, 팬에 대해 욕설이 담긴 ‘뒷담화’ 게시물이 지난 6일 야구 커뮤니티에 퍼져 논란이 된 것이다. 한화 구단이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김서현 본인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구단 내규에 따라 휴식일을 제외하고 3일간 훈련에서 열외되며 벌금까지 냈다. 무엇보다 믿고 지지해준 선수단과 팬들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11일(이하 한국시간) 훈련 복귀에 앞서 김서현은 선수단과 취재진 앞에 서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기대를 많이 해주셨는데 실망만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야구선수 이전에 기본이 돼 있고, 지금보다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말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누구든 살면서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실수에서 배우느냐, 그대로 그런 사람으로 남느냐 차이가 있다”며 “이게 김서현의 마지막 실수일 순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켜보고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제 그 잘못은 과거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주변에서도 도와주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수베로 감독 말대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2004년 5월생인 김서현은 아직 만으로 18살에 불과하다. SNS에 결례가 되는 글을 올린 건 분명 잘못했다. 뒷담화를 당한 코치나 팬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김서현 의지와 다르게 유출된 것으로 학교 폭력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다. 반사회적·반인류적인 게시물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과거 SNS에 무차별적 비난이 발각된 김원석이나 신동수처럼 즉시 방출됐을 것이다.
철 없을 때 뒤에서 늘여놓는 불평불만 수준이었다. 우리 옛말에 ‘없는 자리에선 나라님도 욕한다’는 말도 있다. 물론 험담이 드러난 순간 거센 후폭풍을 감당하는 게 사회적 책임이다. 비난은 피할 수 없지만 한 번의 실수로 벌써부터 김서현에게 ‘문제아’ 낙인이 찍힌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유명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기준은 높아지고, 잣대는 엄격해지고 있다. 이제 갓 프로에 들어온 신인 선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작은 실수 하나 용납하지 않는 무결점의 시대. 선수들 온 사방에 CCTV가 감시하고 있는 것과 같다. 숨막힐 듯 답답해도 조심하고 또 참아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중해야 한다.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김서현 논란을 계기로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의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서현에 앞서 지난 2020년 삼성에서 SNS 논란으로 방출된 신동수도 신인이었다. 신인 선수들은 프로 입단 후 구단, KBO로부터 몇 번의 소양 교육을 받지만 그것만으로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인들은 결국 아마추어 시스템에서 자라온 선수들이다. 사람의 인격과 자아는 나이가 어릴 때 형성된다. 타고난 천성이 크지만 가정과 학교 교육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중고교 시절부터 야구만 잘하는 선수로 키울 게 아니라 올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학교에서 지속적인 인성 교육 및 계도가 필요하다.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는 감독, 코치들의 건전한 가치관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나아가 성적에만 목매는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의 풍토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아마야구 평가 시스템 개선과 인성 교육 강화, 재발 방지를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필수다. 이대로 손놓고 있으면 김서현 같은 논란의 신인은 또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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